차기정부에 '디지털통합부처'와 '정보미디어부'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처음으로 공론화됐다. 정보통신기술(ICT)·미디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효율과 속도를 높이고, 국가 차원 디지털 대전환 전략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정보미디어부와 디지털통합부처 등 설립 제안은 2022년 대선을 계기로 진행될 ICT·미디어 거버넌스 논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정보미디어부·정보미디어수석 신설 제안
정보통신정책학회·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차기정부에 바란다:ICT 정책과 거버넌스' 토론회 참석 전문가는 다양한 차기정부 거버넌스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정책목표에 따라 민간·시장영역은 독임제 부처, 공적영역은 위원회 형태로 정책을 관할하는 게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정보미디어부는 ICT와 미디어시장을 관할하는 독임제 부처로, 콘텐츠-네트워크-플랫폼 중에서 산업영역을 관장하도록 한다. ICT, 통신, 유료방송, 플랫폼 정책을 다루면서 혁신성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한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장악,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진화 같이 ICT·미디어 시장의 빠른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의사결정해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독임제 부처가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위원회 조직으로는 공공미디어위원회를 설립해 지상파 방송사 등 공영방송 인허가와 주요 정책을 다룰 수 있도록 한다. 공공미디어재정위원회와 미디어심의위원회를 통해 재정과 콘텐츠 내용심의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공적 업무에는 위원회 형태가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청와대에는 정보미디어수석 설치를 제안했다. 기업의 전략실과 같은 역할로, 대통령에게 사안에 대해 자문하고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한다. 과학은 분리하는 게 적합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거대 부처를 만들면 이상적이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자가 많아 대안이 표류할 수 있다”며 “낮은 수준의 합의 도출을 시작으로 거버넌스 논의는 공론화 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개방적·공개적으로 논의가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총리급 위상 디지털통합부처 위상 확대 필요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국가 차원 디지털 전환을 진두지휘할 플랫폼으로서 부총리급 '디지털통합부처'를 설립하고 구조적 조정보다 소프트웨어, 즉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업무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가 구상하는 디지털통합부처는 기업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와 같은 형태로 국가 전체의 디지털역량을 통합적으로 이끌어갈 플래그십 부처다. ICT 정책은 디지털통합부처 기능 중 하나며, 보다 넓게 경제개발 시대 경제기획원이 가졌던 부총리급 위상과 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디지털통합부처는 10년 이후의 디지털 사회 미래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기능으로, 디지털 관련 예산 편성권을 가져야 한다”며 “ICT 연구개발(R&D) 지원과 인력양성 기능은 물론이고 모든 정부 부처의 디지털 정책을 조정하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차기정부 거버넌스 개편방향의 중요한 원칙으로 유사서비스에 대해 유사한 규제를 적용하는 '수평규제'가 중요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부처 형태가 적합하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다른 나라도 ICT 규제가 확장되고 있으며, 대부처 주의가 차기정부에 필요하다”며 “지금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대로, 개별기업과 산업 간 연결을 별개로 하기보다는 융합과 집중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플랫폼 위주로 변화하는 산업 현실을 반영해 거버넌스 개편과 동시에 디지털 복지도 중요한 원칙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디어시장은 OTT 중심으로 산업의 축이 이동했고, 통신은 기존 기간통신사에서 부가통신사 중심으로 변화하며 ICT·미디어 시장의 주류가 플랫폼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19 이후 ICT는 필수재화가 됐으며 국민이 누려야하는 최소한 서비스를 플랫폼 기업에게 일정부분 기대하고 요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방송규제의 경우에 IPTV와 방송법 통합 등을 우선 고려하고, 거버넌스의 경우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합친 통합기구 설립을 검토할 수 있다”며 “차기정부 출범시 시급한 부분을 먼저 해결하더라도 임기 내 국정과제를 통해 약속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ICT·미디어 분야 거버넌스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성이 제기된 만큼 내년 3월 대선과 차기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그리고 지속될 전망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