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 간 망 이용대가 공방이 해결될 기미가 없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달 본사 임원이 방한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세계 어느 통신사에도 협상을 통한 상업적 파트너십 이외에 망 이용대가 명목의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오픈커넥트'(OCA)를 이용하면 트래픽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통신사에 OCA 채택을 거듭 제안했다. 넷플릭스는 OCA가 필수 아닌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OCA를 채택하지 않는 통신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없다. 넷플릭스가 OCA 이용을 강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사는 OCA를 이용하더라도 국내 통신망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줄일 수 없고, 넷플릭스가 국내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 1심 법원도 이 점을 인정해 SK브로드밴드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갈등은 결국 법·제도 공백이 만들어 낸 결과다. 지난 2015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부가통신사가 이용자 지위임을 규정한 조항이 삭제됐다. 부가통신사가 망 이용자로서 대가 지급 의무가 있다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해결 방안은 한 가지다. 넷플릭스가 국내법과 망 이용대가 의무화 관련 법 제정 자체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내에서 트래픽 발생량이 많은 부가통신사 가운데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기업은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 2개 사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올해 한국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5500억원은 '오징어게임' 흥행과 같이 자체 콘텐츠·플랫폼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망 이용대가 면죄부가 아니다. 이달 국내 서비스를 출시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도 CDN을 통해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간접 납부하기로 했다. 넷플릭스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