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재용 현장경영 시동, '뉴삼성' 시계추 빨라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가석방 이후 첫 해외출장에 나선 이 부회장은 캐나다의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들른 후 미국에서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에 대한 최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가석방 이후 첫 해외출장에 나선 이 부회장은 캐나다의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들른 후 미국에서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에 대한 최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 후 첫 해외 출장에 나서면서 현장경영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을 신호탄으로 약 석 달간 잠행에서 벗어나 대규모 투자와 조직개편, 비전 제시 등 산적한 경영 현안을 진두지휘하며 '뉴 삼성' 혁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3일 가석방 출소 후 약 한 달 뒤 김부겸 국무총리와 청년 일자리 창출 간담회를 제외하면 외부 공식일정을 자제했다. 경영 현안을 보고 받고 향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조기 생산을 지휘하는 등 '물밑경영' 활동을 활발히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출소 후 '뉴 삼성' 혁신 의지를 피력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여론에 부응하는 삼성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번 출장은 위기 때마다 현장을 찾았던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한편 그동안 공백을 씻고 '뉴 삼성'을 진두지휘할 시작점이 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한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 위기나 내부 리스크 등 변곡점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했다. 지난해 6월 '국정농단' 관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마자 반도체, 무선사업부 경영진과 간담회를 개최한데 이어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뒤에는 부산 사업장을 찾았다. 지난해 검찰 기소 후에는 삼성디지털프라자를 방문,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사법 리스크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 10월에는 네덜란드·스위스· 베트남 등을 돌며 현지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이번 출장 역시 6개월째 반도체 투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등 위기 상황에서 현장경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14일 출국하면서 현지 반도체·바이오 기업과 만남을 언급한 만큼 이번 출장이 단순 삼성 미래만이 아닌 국민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오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 본사 소재지인 보스턴을 방문해 회사 최고경영진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은 지난달 국내에 도입됐다. 연말로 예상됐던 공급 일정을 두 달 이상 단축한데다가 국내에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춰 공급 부족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백신 생산·공급 성사까지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와 신뢰관계를 강화하고 백신 생산 확대와 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쳐 중장기 파트너십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원료의약품(DS)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는 만큼 원액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도 논의될 수 있다.

출장 후 행보도 주목된다. 캐나다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19일 고 이병철 회장 34주기에 맞춰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34주기 행사를 전후로 현안 공유와 함께 경영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의 현안으로는 미국 반도체 투자 등 대외 이슈 대응을 포함해 내부적으로는 조직·인사 시스템, 거버넌스 개편 등 '뉴 삼성'을 위한 대대적인 변화가 꼽힌다. 삼성은 다음달 초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유력하다. 이 부회장 복귀 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그 폭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바이오산업 육성 등 삼성은 물론 국민 관심사에 성과를 내는 한편 '위드 코로나' '기후변화' 등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도 인사에 담아내야 한다. 여기기에 5년 만에 추진하는 인사제도 개편과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