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출국했다. 여러 파트너를 만나겠다고 밝힌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투자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해외 현장 경영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처음이다. 미국 출장은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출국 직전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투자를 결정 짓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해 모더나를 만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면서 “(모더나 본사 소재) 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앞서 170억달러 규모 미 파운드리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 등을 공장 부지 후보지로 놓고 검토 중이다.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과 인접한 데다 테일러시의회가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과 용수 지원을 포함한 지원 결의안을 최근 최종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먼저 캐나다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파운드리 공장 부지 등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여러 파트너를 만나겠다'고 밝힌 만큼 다양한 고객·협력사 대표들과 만나 관계를 다지는 등 그동안 단절됐던 해외 네트워크 복원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힘 쏟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해 자체 칩 설계를 목표로 하는 테슬라·페이스북 등과 퀄컴·AMD 등 팹리스 회사 관계자와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반도체 정보 제출을 요구한 미국의 정치권과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의 출국은 지난해 10월 하순 베트남 방문 이후 13개월 만에 해외 현장경영 행보를 재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재계는 미국 출장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뉴 삼성' 만들기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추도식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출소 후 첫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