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IP플랫폼에서 외산 IP 저렴하게 이용"…'파운드리-팹리스' 협의체 통한 묶음발주도 지원

시스템반도체 분야 중소 팹리스 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기업의 설계자산(IP)과 설계툴을 구매할 수 있는 '공동 IP 플랫폼'이 가동된다. 국내 모든 파운드리 기업과 중소 팹리스 기업이 참여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대중소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발주하는 '묶음발주'도 도입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8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제16차 BIG3 혁신성장 추진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K-반도체 전략 이행을 위한 시스템반도체 중소 팹리스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팹리스 벤처·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우선 내년부터 공동 IP 플랫폼, 이른바 '커먼IP은행'을 도입한다. 반도체 분야에서 IP는 특정기능을 회로로 구현한 범용 회로 블록을 의미한다. 50억~100억원 상당의 고가여서 중소 팹리스 기업이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는 중소 팹리스 기업이 해외 IP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IP뱅크를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올 초부터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에서 시놉시스, ARM 등 해외 IP를 저렴하게 지원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설계·개발 과정에서 주로 쓰이는 IP 수요를 파악해 정부가 공동구매 방식으로 사용권을 저렴하게 확보해 제공한다.

외산 의존도가 높은 IP 거래 시장을 국내 우수 IP로 대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국내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실용성 높은 IP를 팹리스가 활용할 수 있도록 거래 유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중소 팹리스 기업이 자체 IP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플랫폼에 추가할 계획이다.

중소 팹리스의 파운드리 수급난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여러 팹리스가 공동으로 발주하는 '묶음발주'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우선 내년 1월부터 국내 모든 파운드리 기업이 참여하는 '대중소 상생협의체'를 가동한다. 중기부는 지난 3일 삼성전자, DB하이텍, SK하이닉스 시스템IC, 키파운드리 등 국내 파운드리 기업과 만나 합의를 마쳤다. 협의체는 연간 시제품(MPW) 위탁 수요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 협력 과제를 발굴하는 상시 소통 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팹리스 스타트업에 대한 사업화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중견 팹리스 기업의 연구개발(R&D) 과제에 4개 이내의 중소 팹리스가 공동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는 중소 팹리스 기업 육성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 실효성 여부는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필요한 공정이 달라 묶는 작업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만일 묶음발주를 했다 하더라도 결국엔 MPW를 수용할 수 있는 파운드리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의 변화 없이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공정과 개발 일정이 다른 기업을 묶는다고 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MPW를 받는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곤란해질 수 있는 만큼 시장을 고려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관은 “팹리스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설계에 필요한 IP와 설계자동화 SW가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공급기업이 부족하고 개발 여건도 미흡해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향후 상생협의체 등을 통해 추가 수요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 IP플랫폼에서 외산 IP 저렴하게 이용"…'파운드리-팹리스' 협의체 통한 묶음발주도 지원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