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는 미국 제2 반도체 공장(파운드리) 건설지를 이번 주 발표한다. 유력 후보지로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손꼽힌다. 방미 중인 이재용 부회장이 24일쯤 귀국하면 공장 후보지를 최종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했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반도체 2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을 담당하는 연방의회 핵심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 통과 등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을 만난 미 의회 소식통은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이번 주(금명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 규모 파운드리 2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부지 선정을 최종 조율 중이다. 유력 후보지로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경우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확정하면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반도체 설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도 반도체 제조 및 생산에 있어서는 아시아 대비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를 포함, TSMC와 인텔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국 내 생산 인프라를 확보해 퀄컴·브로드컴·IBM 등 미국 주요 팹리스의 반도체 개발 및 현지 제조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현지 고객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부회장은 이어 19일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백악관 핵심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날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과 삼성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우려에 대해 이번 주 발표 예정인 현지 생산 능력 확대로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워싱턴DC 미팅을 마친 후 미국 서부로 넘어가 글로벌 ICT 기업 경영진과 만나 미래전략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6일과 17일 모더나, 버라이즌 경영진을 만났으며, 20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ICT 대표 기업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SW '생태계 확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이어 아마존을 방문해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부회장의 미국 방문은 지난 2016년 7월 선밸리콘퍼런스 참석 이후 5년 4개월만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미국 방문은 삼성 총수 자격으로 현지 기업인들은 물론 워싱턴DC의 핵심 정계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노력과 한미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