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MD 등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사가 내년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DDR5 D램을 지원하는 신규 제품을 내놓는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가세해 DDR5 지원 자체 칩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서버용 DDR5 메모리 시대를 연다. CPU 교체 수요를 견인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의 신규 수익 창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인텔은 내년 2분기께 DDR5 D램과 호환하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한다. 지난달 데스크톱용 DDR5 지원 CPU(앨더레이크)를 처음 선보인 인텔은 사파이어 래피즈를 통해 DDR5 적용 영역을 확대한다. AMD도 DDR5를 최초 적용하는 서버용 CPU '에픽 4세대'를 내년 연말에 출시할 전망이다. AWS도 DDR5 생태계에 합류했다. AWS가 이달 발표한 클라우드 서버용 칩인 '그래비톤3'도 DDR5 메모리를 지원한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DDR4에 비해 2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에서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DDR5가 채택됐지만, PC와 서버 시장에서는 여전히 DDR4가 대세다. DDR5 메모리와 호환하는 CPU 부재로 교체 주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등 고속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이 커지면서 고성능 DDR5 수요도 확대됐다. 내년 CPU 제조사들이 신규 CPU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DDR5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DDR5는 올해 1.1% 점유율을 시작으로 내년 10.7%, 2024년에는 43.3%를 차지, 메모리 시장 대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서버용 DDR5 시장 개화는 주요 메모리 제조사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이다. DDR5 D램 가격은 DDR4 대비 30% 높다. 그만큼 메모리 제조사 수익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DR5를 지원하는 CPU는 2022년 출시될 것으로 보이고 초고속·초지연 등 5G에도 탑재를 고려하고 있어 앞으로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규 시장에 대응, DDR5 성능 개선과 양산 능력 확보에 집중한다. 삼성전자는 10월 업계 최선단 14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DDR5 D램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고용량 데이터 시장 수요에 맞춰 신규 공정을 단일칩 24Gb D램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 DDR5 제품을 출시한 지 1년 2개월 만에 24Gb DDR5 샘플을 출하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DR5를 지원하는 CPU 출시로 당장 DDR5 메모리로 전환되진 않지만 본격적으로 서버용 DDR5 시장이 열렸다는 데 의미있다”면서 “고성능·고용량 데이터 처리 수요에 따라 DDR5 메모리 침투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시장 내 DDR4·DDR5 D램 비중 전망
자료 : 옴디아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