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다음달 중국 우시 이전을 완료함에 따라 유휴 공장(팹)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월 10만장 규모 8인치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었던 공간에다 반도체 제조 공정 기반이 되는 클린룸이 완비된 상태여서 증설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청주 파운드리 공장(M8)은 다음달 말까지 중국 우시 공장에 설비와 관련 인력 이동을 마무리한다. 현재 반도체 공정 장비 막바지 이전이 한창이다. 설비 이전이 완료되면 약 1만평 가까운 공장 부지가 비게 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M8 내부 클린룸은 변동 없이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8 공장을 소규모로 임대한 곳은 SK실트론이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와 계약을 맺고 약 200평을 쓰기로 했다. 전체 부지 2% 수준으로 SK실트론 반도체 웨이퍼 제조라인 일부만 구축한다.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시스템IC 연구개발(R&D) 조직을 M8에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SK실트론과 R&D 조직 등 일부만 M8 공장을 활용하고 나머지 수천평은 아직 '용도 불명'으로 남겨졌다.
업계가 M8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유휴 팹을 활용한 파운드리 증설 가능성 때문이다. 클린룸을 유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반도체 장비 도입으로 신규라인을 조성하는데 유리하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키파운드리가 생산능력(캐파) 추가 확보에 공을 들이는 만큼 8인치 파운드리 증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키파운드리 8인치 반도체 웨이퍼 생산능력은 월 8만5000장 안팎이다.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려면 증설이 필수지만 부지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 여력이 없어 장비 운용과 공정 프로세스 개선으로 월 수천장 수준으로만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키파운드리 공장(F4) 위치는 SK하이닉스시스템IC M8 공장과 맞닿아 있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M8 공장을 활용한 키파운드리 증설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투자를 얼마나 공격적으로 할지에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만약 파운드리 증설로 기운다면 업계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000대가 넘는 공정 장비가 있었던 공간인 만큼 반도체 장비 신규 발주 기대감도 있다. 파운드리 병목을 풀어 국내 반도체 팹리스의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우시 공장은 지리적 여건 상 중국 팹리스를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완료하지 않은 만큼 M8 공장 활용 여부가 당장 결정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파운드리 인수는 주요 경쟁 당국의 인수 승인 절차를 앞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실트론과의 계약 외 M8 공장 활용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