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사상 최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대중 첨단 공정 기술 수출 규제에도 14나노 이상 '성숙 공정' 반도체 장비를 적극 투자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를 위협할 것이란 경계론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체의 신시장 창출이라는 기대가 엇갈린다.
전자신문이 대한민국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미국인구조사국 국제무역데이터,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를 종합한 결과 한·미·일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 장비 총금액은 141억4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5% 대폭 증가했다. 3국 수출금액은 2020년 중국이 구매한 반도체 장비 총액 4분의 3에 달했다.
일본이 63억6600만달러로 가장 많은 반도체 장비를 수출했다. 미국이 55억1800만달러, 우리나라가 22억580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수출금액 증가율이 가장 높이 뛴 나라도 일본으로, 75.5%가 늘었다. 우리나라는 60.8%, 미국은 34.7% 증가했다.
수출 금액이 급증한 것은 중국 반도체 굴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방증한다. 중국은 반도체를 2014년 핵심 산업으로 선정,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2018년부터 발발한 미-중 무역 분쟁 영향이 컸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중국에 팔지 못하게 하면서 중국의 첨단 공정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이 최근 사들인 반도체 장비 대부분은 14나노 이상 성숙 공정용으로 추정된다. 미국 견제로 첨단 공정 대신 접근 가능한 시장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필요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외 많은 반도체 칩을 성숙 공정으로 만들 수 있어 시장성은 견고하다는 평가다. 중국이 막강한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성숙 공정에서 첨단 공정으로 기술 도약을 시도할 수 있다.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중국 첨단 공정 전환을 견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위협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국내 기업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선다. 시장 수요가 강력한 만큼 반도체 소부장 업계의 신시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한 반도체 장비 기업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와 시장 수요에 따른 매출 증대가 상존하는 상황”이라면서 “미국과 일본 대비 첨단 장비 경쟁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