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의 성장 동력으로 내수 시장이 손꼽힌다. 미미했던 중국 자급률도 공격적인 투자로 점진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궤도에 오를 공산이 크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잡기에는 장벽이 높다. 미국이 가로막고 있는 첨단 공정 전환은 중국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숙제로 남아있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16.6% 수준이다. 10년 전 4.4%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지속 증가해 2030년에는 41.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성장세는 중국 내 반도체 수요에 기반을 둔다. 스마트폰과 고성능 컴퓨팅, 전기차 등 반도체가 적용되는 시장 확대가 매섭다. 내수가 밀어주고 공격적인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가 이끌 경우 높은 자급률은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관건은 미국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미국은 첨단 공정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중국이 성숙 공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긴 쉽지만 정보기술(IT) 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첨단 공정 전환은 당장 어렵다. 14나노 이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의미다.
10나노 이하 공정 전환이 어려웠던 인텔과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린 마이크론 모두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장비 도입으로 상황을 타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EUV 장비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자국 반도체 기술이 포함된 제품 수출을 금지했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노광장비 광원(EUV light source)은 미국 사이머의 기술이다. 레이저와 전원, 광학시스템, 주요 부품 역시 독일과 일본 등 미국 동맹국 기술이 녹아 있다.
중국이 EUV를 포함 차세대 노광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첨단 공정 시장 진입은 불가능하다. R&D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기술 확보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중국 첨단 공정 전환은 미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미·중 무역 분쟁 향방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비뿐 아니라 첨단 공정용 소재까지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거나 독자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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