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7000만원대에 제로백 3초대를 실현한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인다. 내연기관 시대 기술력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유럽 완성차업체를 뛰어넘는 고성능 전기차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노린다. 글로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기아는 EV6 고성능 모델인 'EV6 GT'를 9월부터 생산해 국내외 시장에 순차 인도할 예정이다. 현대차 역시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서브 브랜드 'N' 최초의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내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기아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EV6 GT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맥라렌 570S, 포르쉐 911 타르가4 등 2억원대 슈퍼카들과 400m 드래그 레이스에서 570S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실제 기아가 영국에서 발표한 EV6 GT 스펙에 따르면 이 차량은 합산 최고출력 584마력, 최대토크 75.5㎏·m를 발휘하는 전·후륜 듀얼 모터를 탑재했다.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인 제로백은 자체 측정 기준 3.5초다. 최고속도는 260㎞/h에 이른다. 배터리 용량은 77.4㎾h로 1회 완충 주행거리는 유럽 WLTP 기준 405㎞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는 300㎞ 중반대가 예상된다. 아이오닉5 N 역시 유사한 스펙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제로백 3.5초는 국산 양산차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다. 기존 국산차 제로백 최고 기록은 제네시스 G70 3.3T 모델의 4.7초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2.8초), 아우디 RS e-트론 GT(3.3초) 등 2억원대 수입 고성능 전기차와 맞먹는 수치이자 1억원대인 벤츠 EQS 450+(6.2초), BMW iX x드라이브40(4.6초)를 상회하는 기록이다.
올 하반기 공식 판매에 돌입할 EV6 GT 가격은 7200만원대부터다. 직접 경쟁 모델로 볼 수 있는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3.3초)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가장 높은 고성능 전기차로 자리할 전망이다.
7000만원대 국산 전기차의 제로백이 슈퍼 스포츠카 수준을 기록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앞선 전기차 개발 능력을 과시하는 대목이다. 단순히 배터리나 모터 용량이 키운다고 해서 빠른 가속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배터리와 모터의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과 토크를 발휘해 즉각적 응답력을 전달하는 것은 고도의 시스템 안정화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아울러 강력한 힘과 빠른 속도를 뒷받침할 만한 차체 강성과 밸런스, 고속 주행 안정성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EV6 GT와 현재 개발 단계인 아이오닉5 N 간 차별화 포인트도 관심사다. 올 하반기 출고를 시작할 EV6 GT에 이어 내년 등장할 아이오닉5 N은 N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인 만큼 N 고유의 감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V6 GT를 통해 선보일 전용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e-LSD), 대용량 브레이크 등 하드웨어(HW) 외에 상황에 맞는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 N 그린 컨트롤 시스템, 가상의 엔진 사운드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하는 N 사운드 이퀄라이저 등 N 브랜드만의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