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 주요 4개사의 1분기 매출이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하락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4사 분기 매출이 동시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분기 이후에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8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국내 가전 유통사의 1분기 매출 잠정치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 전자랜드 등 4사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마트는 1분기에 약 8412억원 매출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11.98% 역성장했다. 하이마트를 턱 밑까지 추격한 삼성디지털프라자 역시 올해 1분기에 뒷걸음질쳤다. 삼성디지털프라자의 1분기 매출은 8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4% 줄었다. LG베스트샵과 전자랜드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1분기 매출은 각각 4800억원, 1800억원에 머무르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18.6%, 15% 감소했다.
가전유통 4사의 합산 매출은 2조3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7% 줄었다. 이들 회사의 매출은 국내 가전 유통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한다. 다른 중소·중견 유통사의 매출 하락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하락은 1분기에 집중된 코로나19 탓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오미크론 변이가 덮치면서 1분기 들어 확진자가 급속히 늘었다. 3월 시작과 함께 매주 신규 확진자가 10만명 이상 증가하면서 최대 60만명을 넘었다. 확진자 급증에 외부 활동이 다시 줄어들며 오프라인 유통 매장으로의 발길이 끊겼다.
유통사 관계자는 “1분기 아카데미 시즌과 위드 코로나 분위기를 타고 매출 성장을 기대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하락했다”면서 “매장 방문객이 줄면서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전 유통 시장에 긍정변수로 작용했다. 여행 등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하는데 따른 보복소비 수요가 가전 시장에 몰렸다. 가전 유통 시장은 매분기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유통 4사의 합산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가전 유통업계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전 수요 둔화와 함께 소비심리 하락까지 심화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가전 시장은 금액 기준 작년 동기 대비 0.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는 더욱 악화됐다.
문선웅 GfK 유통서비스팀장은 “일상 회복 이후 그동안 관심이 낮았던 여행 등 여가활동에 소비가 몰리는 데다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가전 소비심리는 더 얼어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팀장은 “올 하반기에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만큼 가전 유통업계가 프로모션 확대, 온라인 전략 강화 등으로 매출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주요 가전 유통 4사 매출 추정치(자료: 업계 취합)>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