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첫 과학·정보통신기술(ICT) 수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 장관은 코로나19가 끝나 가는 동시에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으로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이 세계를 휩쓰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과학·디지털 정책 기초를 닦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1번 타자'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넘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홀대론에 빠진 과학·ICT 정책의 효과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정립하는 게 첫 과제로 지목됐다.
〈상〉기술 패권 시대, 산업생태계 육성으로
문재인 정부의 과기정통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와 디지털뉴딜 등 국가 역량을 결집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주로 추진했다. 초연결 인프라와 핵심 기술 확보 등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먹거리를 발굴하고 경제를 활성화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장관은 벌크핀펫 특허를 보유한 국내 최고 반도체 전문가로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라는 미션을 부여 받았다. 세계 최고 반도체 전문가인 이 장관의 기술적 전문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행정 분야 전략에서 아직 실력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미래 기술 자체에만 천착해서는 안 되고 시장과 생태계를 더욱 많이 고려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15일 “이 장관이 이끌게 된 과기정통부는 기술 결정론을 경계해야 한다”며 “기술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체인이 과거와 같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산업생태계를 형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5G 망과 데이터댐 등 세계 최고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아직 킬러 서비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ICT와 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여 달라는 주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ICT 분야에서 6G, 위성통신, 양자정보통신,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등 분야를 핵심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다. 미래를 책임질 기술 개발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과 생태계를 형성하도록 정부가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데 전문가 조언이 일치했다.
박재문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사무총장은 “전 정부의 디지털뉴딜을 통해 데이터·초연결 인프라 구축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며 “이제 과기정통부가 합리적인 공공투자로 '마중물'을 투입해서 산업을 살리는 역할에 주력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장관이 대학교수 시절 벌크핀펫 기술 특허를 출원할 당시 현재보다 특허 시장에 대한 관심이 적고, 성공 여부도 불확실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장성에 대해 확신하고 난관을 극복해 가면서 특허를 출원, 10여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이와 같이 시장을 바라보는 식견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여서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수렴, ICT 진흥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ICT는 자동차, 제조, 건설 등 분야와 융합하며 혁신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각종 인선에서 과학·ICT 홀대론이 불거진 가운데 뚜렷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실정이다. 향후 출범하게 될 민관합동위원회와 소통하면서 ICT 융합을 힘있게 추진하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이 장관의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국내 최고 반도체 전문가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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