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을 올 하반기부터 가전 전반에 확대 적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주류였던 AI반도체 시장에 LG전자까지 가세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도 시장 진입을 준비, 관련 생태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14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2 국제 인공지능 회로 및 시스템 학술대회'(AICAS 2022)에서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온칩(SoC) 'LG 8111'과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LG8211'을 시연하고 제품 적용 로드맵을 공개했다. 올해 말 제품 기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업(UP) 가전' 라인에 확대 적용한다.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하는 LG가 핵심 수단으로 AI 반도체 칩을 꺼내든 것이다. LG8111과 LG8211은 기존 TV에만 적용했던 AI 칩과 달리 로봇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 칩이다. 설계와 개발 총괄은 CTO부문 내 SIC센터가 담당했다. TSMC 28나노미터 공정으로 양산한다. 가전에 AI 반도체 칩을 적용하기 위해 LG전자 H&A부문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SIC센터 관계자는 “뛰어난 영상·음성 처리와 제어 능력으로 기존 가전 제품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성능 고도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가전 뿐 아니라 스마트 자동차와 스마트 공장까지 활용할 수 있어 시장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의 AI 반도체 전략은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컴퓨팅(HPC)을 위해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경쟁사와 차별화된다. 자사 가전에 직접 AI 칩을 탑재하면서 상용화 속도를 한층 높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LG전자가 AI 반도체 시장에 본격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자 업계 최초로 개발한 '프로세스 인 메모리'(PIM)를 시연했다. PIM는 메모리 내부에 연산이 가능한 AI 프로세서를 융합한 지능형 반도체로, 양사가 국내에서 함께 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반, SK하이닉스는 GDDR6 메모리를 바탕으로 PIM를 개발했다.
시장 진입을 앞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도 총출동했다. 딥엑스는 올 하반기부터 순차 출시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딥엑스 시리즈'를 시연했다. 딥러닝 기반의 객체 인식, 얼굴 인식, 음성 인식, 화질 개선 등 다양한 AI 알고리즘 연산 처리를 할 수 있다. 현재 20여개 고객사와 개념검증(PoC) 단계를 밟고 있다. 최근 방송장비 시장에 잇따른 공급 사례를 확보한 SK그룹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사피온'도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 성능을 뽐냈다. 또 퓨리오사 AI와 모빌린트 등 상용화를 앞둔 AI 반도체 회사뿐만 아니라 오픈엣지, AiM퓨처 등 AI 관련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도 참여했다.
AICAS 2022 공동 추진위원장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장은 “AICAS 한국 유치로 국내 AI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대기업 외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제품 상용화 등 사업을 확대 추진하기 위한 생태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 AI 반도체 '온 디바이스 AI SoC 솔루션' 개요]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