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뤼크 판 덴 호버 아이멕(imec) CEO 등을 잇달아 만나 반도체 장비 분야 협력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 마르틴 판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날 미팅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등이 배석했다.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을 협의했다.
이 부회장은 ASML 방문에 앞서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면담했다. 지난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려면 초미세공정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 ASML의 EUV 장비 확보가 절실하다. ASML은 7㎚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인 EUV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장비·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골고루 발전한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다. 뤼터 총리는 평소 ICT, 전기차, 정보통신을 활용한 의료기술(e-Health) 등 혁신에 기반한 신산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반도체 이외 분야에서도 삼성과의 협력이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네덜란드와의 협력 강화는 새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 정책 및 삼성의 '비전 2030' 전략과 맞물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다음 날인 15일 벨기에 루뱅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아이멕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판 덴 호버 아이멕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첨단 연구 과제를 소개받고 현장을 살펴봤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돌며 반도체 장비·전기차용 배터리·5세대(5G) 이동통신 등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오는 18일 귀국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