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 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박 12일 간 유럽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하면서 초격차 기술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출장을 다녀온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좋았다”라고 답하며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과 영업·마케팅하는 직원들도 봤다. 헝가리 배터리 공장과 하만 카돈을 방문하고 BMW 고객도 만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업계의 변화, 급변이라고 해야할만한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제일 중요했던건 ASML하고 반도체 연구소에서 앞으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걸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선 못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라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데려오고 조직이 그런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 그 다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은 삼성이 향후 5년간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전략산업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2주 만에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투자 계획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인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투자 계획의 연장선으로 반도체 사업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그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자리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방안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ASML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ASML를 방문해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을 협의했다. 이 부회장은 또 벨기에 루뱅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아이멕도 방문해 판 덴 호버 아이멕 CEO와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를 키우기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있는 M&A를 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를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으로 2017년부터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제한되면서 M&A 추진이 위축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이날 귀국길에 EUV 장비 확보 성과나 M&A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이번 유럽 출장에서 M&A 관련해 의미 있는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다면 삼성전자에서 조만간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알은 충분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5조8896억원이다. 2017년 말(83조원)보다 40조원 이상 늘었다. 업계는 차입금을 포함해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할 경우 현재 삼성전자가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 2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공동취재 정다은기자,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