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가로 막힌 스타트업…입법은 하세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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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계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혁신 동력을 잃고 있다. 규제샌드박스(한시적 규제 유예·면제) 제도를 통해 길이 열리긴 하지만 정작 법령 개정이 늦어져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속적인 투자 유치로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아킬레스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자율주행 배달로봇에 대한 규제 개선을 위한 법안(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자율주행 배달로봇 주행 시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율주행 로봇은 카메라를 기반으로 사물을 인식하기 때문에 지나가는 행인을 촬영하게 되는데, 현행법은 불특정 다수 보행자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도로교통법, 공원녹지법 개정 등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다.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도 마찬가지다. 모노랩스 등이 2020년 4월 규제 특례를 받아 건기식 소분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법안 개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기식 소분업을 신설하는 내용의 '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을 발의, 이제 입법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규제로 사업이 멈춘 경우도 있다. 농어촌 빈집 활용 공유숙박 스타트업 '다자요'는 '실거주자'만 농어촌민박업을 할 수 있다는 '농어촌정비법'에 부딪쳐 사업을 접어야 했다. 빈집 재생 프로젝트로 접근한 사업이 '농어촌민박업'에 갇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엄밀히 들여다 보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다 보니 관련 법이 없는 '사각지대'인 점이 문제였다. 2020년 9월 실증 특례를 받아 사업이 재개됐지만 입법을 통해 사업이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이익단체와 갈등으로 실증도 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라운즈는 2019년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서비스로 실증 특례를 신청했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은 온라인 안경 판매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경사협회 반발로 규제샌드박스 신청은 철회됐고 지난해 6월 '한걸음모델'(신사업자와 기존 사업자 간 갈등 중재) 과제로 선정, 단초점 안경 판매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도수가 있는 안경은 온라인 판매가 불가한 상태다. 쓰리알코리아 역시 자체 개발한 화상투약기(일종의 '약 자판기') 실증 특례가 약사단체 반대를 넘지 못했다.

업계는 더딘 규제 개선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특례를 승인받은 기업 중 63.9%가 규제법령 개선 지연에 애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9년 1월 규제샌드박스가 시행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3년간 632건이 승인됐으나, 규제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129건(20%)에 불과하다.

특례 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사가 사업 아이템에 관심을 보여도 사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투자에는 부정적”이라면서 “정부가 규제개선 입법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