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후에 필요한 반도체 인력 수요보다 2만3000명이 더 많은 15만명을 추가 양성한다. 산업계는 인력풀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환영했지만, 인력 수요공급 불균형 해소에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대학 정원 '마이너스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한계도 지적했다.
정부는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보고했다. 특정 산업의 인재 양성을 위한 범부처 대책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직접 주재하는 인재양성회의 신설을 통해 범부처 민관합동 인재 양성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라면서 “반도체 분야 대학정원을 확대하고, 현장 전문가가 교육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의 첨단산업 구조에서 우수한 인재를 키워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0년 후 반도체 인력을 현재보다 15만명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산·학 협력 부트캠프를 비롯한 대학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반도체산업인력은 17만7000명이며, 2031년에는 30만 4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2만7000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부는 이보다 많은 15만명 양성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는 관련학과 대학 정원을 늘려 4만5000명을 확보하고 특성화 대학(원) 지정, 연구개발(R&D) 과제 확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10만5000명을 양성한다. 학과 신·증설을 위해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는 지역 구분 없이 학과 신·증설 시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이 가능해진다.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증원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신설한다. 반도체 산업현장 전문가를 교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겸임·초빙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인건비 상한선도 풀 방침이다. 교육부·산업부가 협업해서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도 지정한다. 내년 6개 대학(원)을 시작으로 20개까지 늘려 간다.
산업계는 환영했다. 모수가 커지면 반도체 산업으로 유입될 인력도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반도체 인력난의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단적으로 기업에서는 서울 주요 대학의 인재를 원하지만 정작 우수 학생들은 급여가 높고 수도권에서 근무할 수 있는 플랫폼·서비스 기업을 선호한다. 바이오·인공지능(AI) 등 다른 첨단산업 인재 양성 수요 증가에 더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 감축 요구까지 제로섬을 넘어 '마이너스섬'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한 대학 총장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분야마다 늘어나는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면서 “인력양성기관과 기업의 미스매칭이 계속 일어나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