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들이 2분기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거둔 가운데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한온시스템, 만도 등 자동차 부품사 빅4의 실적 개선이 더디다. 부품사들은 글로벌 완성차들의 생산 정상화와 해외 수주 강화에 따른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일부 부품사들은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고 나머지도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가 고급차와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제값 받기 전략을 앞세워 선방한 것과 달리 부품사들은 공급 대수가 줄어든 가운데 원자재와 운송비 인상 등 고정비 상승 부담이 커졌다. 빅4의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 97만6350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고, 기아 역시 글로벌 판매량이 2.7% 줄어든 73만3749대에 그쳤다.
지난 23일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모비스는 매출 12조30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033억원으로 28.4% 감소했다.
현대모비스는 반도체 공급 이슈 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회복 속도가 지연되는 상황에도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따른 전동화 부품 매출 증가와 대형차 및 SUV 등에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공급을 늘려 매출이 상승했다. 특히 모듈과 핵심부품 매출이 9조870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3% 늘었다. 이 가운데 전동화 부품 매출은 2조1011억원으로 54% 증가했다.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서 매출은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모비스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지속적 운송비 부담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품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출이 정체되거나 수익성이 하락했다.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위아는 1조97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31억원으로 17.6% 증가했다.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이 13.2% 줄었지만 기계 부문이 흑자 전환하며 전체 영업이익이 늘었다.
아직 2분기 실적 발표 전인 한온시스템과 만도는 매출 상승세 속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2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매출은 2조27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4% 증가, 영업이익은 630억원으로 37.2% 감소할 전망이다. 만도 매출은 1조6861억원으로 13.3% 늘고 영업이익은 624억원에 그치며 18.6%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금융투자 업계는 부품사들의 하반기 이후 실적 전망이 밝다고 봤다. 3분기부터 반도체 수급난 점진적 해소로 부품사들의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완성차 가동률이 향상되면서 하반기 실적 회복을 예상했다. 부품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하반기 공격적 수주 활동을 이어가고 연구개발 역량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재확산과 원자재와 운송비 부담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장과 램프, 전동화 등 핵심 부품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글로벌 고객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