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CHIP-Plus Act)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첨단기술 공급망 확보와 중국 견제라는 국가적 과제 해결에 초당적 지지가 모이면서 상원의 최종 표결을 앞두게 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영전략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원은 26일(현지시간) 반도체법안에 대한 '토론 종결 투표'에서 찬성 64표, 반대 32표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는 반도체법안을 별도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 없이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위해 진행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법안은 최종 표결로 직행하게 됐다.
현재 미국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 50석, 야당인 공화당 50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의원들이 이번 투표에서 국가 안보와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상원은 며칠 내 반도체법안에 대한 최종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하원에서 다시 한번 표결 절차를 거친다. CNBC 방송은 하원 일정까지 앞으로 2주일 안에 반도체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과된 법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 법 시행은 이르면 다음 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찰스 슈머 미국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공동 발의한 반도체법안은 자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총 520억달러(약 68조원)를 투입하는 게 핵심이다.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배터리 등 미래 경쟁력 핵심 기술에도 수억달러를 투입한다.
반도체법안이 시행되면 당장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현재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기업이 지원금 대상에 오르게 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에 이어 테일러에 두 번째 파운드리(위탁생산) 첨단 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과 연구개발(R&D)센터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반도체법안에는 지원금 수혜 기업이 중국 등 비우호국에 반도체 관련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다면 중국 시안·쑤저우 생산 라인에서 증산할 수 없게 된다. 중국 거래 비중이 30%를 웃도는 SK하이닉스도 지원금을 놓고 복잡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탈중국'을 선택한다면 장기적으로 생산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법의) 중국 투자 제한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