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韓·美, '첨단기술' 협력 확대 일로…"21세기 기술 경쟁서 승리"

한국과 미국이 '첨단기술 동맹'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국이 보유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변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노리기 위한 움직임이다.

<로이터=연합>
<로이터=연합>

미국은 현재 자국을 중심으로 한 안정된 공급망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과 에너지 대란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세계 제조산업을 장악한 중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글로벌 산업 패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한국을 '탈 중국화'를 위한 카운터 파트너로 낙점했다. 최근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4개국 반도체 동맹 '칩4'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설계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파운드리 강국인 한국·대만, 소재에 강한 일본 등 4개국이 협력해 중국을 제외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성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 가운데 한국산은 50% 이상이다. 한국이 칩4에 가입하면 중국이 그만큼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주요 한국 기업을 자국에 끌어들이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경제안보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와 차세대 산업인 배터리, 바이오 등에서 잇달아 한국 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2000억달러(약 263조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11개 신규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3억달러(약 36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미국의 반도체, 배터리, 그린, 바이오 분야에 총 300억달러(약 39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각각 만나 면담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온라인 면담을 진행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재계 1~3위 총수를 직접 챙기며 투자를 끌어낸 셈이다.

미국은 한국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과 첨단기술 생산 허브 위상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은 현지 주 정부 등이 제공하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윈윈'이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첨단기술 협력은 한층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배터리 등 미래 핵심 기술에 대규모 지원금을 투입하는 '반도체 지원 플러스(CHIPS-Plus)'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현재 미국 상원 외희에서 최종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SK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주는 선구자적 발표”라면서 “미국은 첨단기술의 핵심 목적지”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