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전금법 개정안에서 실명확인 의무가 없는 선불계정을 간편송금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방안에 대해 빅테크·핀테크 업계는 크게 당황하는 눈치다. 금융위가 무기명식 선불계정은 물론 기명식 선불계정까지 모두 제한했지만 업계에서는 기명식 선불계정은 허용되는 것으로 인지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선불전자지급수단은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나뉜다.
기명식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지명의로 발행되거나 혹은 예금계좌와 연결돼 발행된 경우에 해당한다. 카카오톡 송금하기, 토스의 연락처·아이디 기반 송금 등은 사용자 개인 계좌를 연동해 선불머니를 충전하도록 돼 있다. 기명식 선불머니며 오픈뱅킹에도 선불계정이 연동된다.
반대로 무기명식 선불수단은 실지명의 확인이 없거나 예금계좌와 연결되지 않고 발행된 것으로 선불카드나 상품권 등이 해당한다. 청소년, 계좌 발급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해외간편송금을 이용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도 무기명식 온라인 선불수단을 주로 이용하는 핵심 사용자 층이다. 최근 핀테크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청소년을 타깃으로 계좌 없이 휴대폰 번호만으로 은행 계좌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선불계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간편하게 충전하고 송금할 수 있어 청소년과 MZ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초기 전금법 개정안 논의 당시에는 기명식을 제외한 무기명식 선불머니에만 실명계좌를 연동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모두 포함한 선불머니의 송금을 제한하는 기류로 바뀌었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기명식 선불머니는 전금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냐”며 “당국에서 기명식과 무기명식에 대한 별도 언급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자금이체업 신설,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 철회 등 전금법 개정안에 변화가 생기자 최근 핀테크산업협회는 회원사 공통 질의를 모아 금융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아직 질의에 대한 회신은 받지 못한 상태라고 협회 관계자는 밝혔다.
다른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기명식과 무기명식 모두 금지한 것은 토스 같은 유니콘 기업의 등장을 가로막는 처사”라며 “청소년이나 외국인을 위한 선불충전 서비스가 가로막힐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 입장은 단호하다. 전금법 개정안이 처음 등장한지 2년이 훌쩍 지났는데 그동안 자금이체업 신설에 대한 의견을 핀테크 업권에서 제대로 피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전자자금이체업에 등록하지 않고 선불업으로 우회해 제공해온 선불수단 양도 기반 서비스들은 사실상 은행 업무 일부와 유사한 행위여서 금융거래실명법과 자금세탁방지 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추후 기명식과 무기명식 선불충전에 대한 방안도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금융위는 2015년 금융위가 내린 유권해석에 대한 업계 해석에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회원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비회원 은행계좌로 환급해주는 것이 전자자금이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금융위에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는 “자금이체업무 수행자는 금융사이며 토스가 자금이체업무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해석은 핀테크사들이 자금이체업이 아닌 선불전자지급업 등록으로 몰린 도화선이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유권해석은 토스가 자금이체업무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었지 선불머니를 '양도'하는 형태의 현행 모델을 명시적으로 허용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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