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리쇼어링'(Reshoring)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리쇼어링 지원 단체인 리쇼어링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올해 리쇼어링과 외국인 직접 투자(FDI) 영향으로 미국에 35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35만개는 이 단체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숫자다. 2010년만 해도 6000여개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8만개, 지난해 26만여개로 늘어났는데 올해도 최대치 경신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리쇼어링으로 창출된 일자리는 지난해 18만개(FDI는 약 8만개)였다. 전체의 약 70%가 리쇼어링으로 생겨났다. 미국 유턴 기업의 효과는 그 파급력이 생각보다 훨씬 더 커 보인다.
미국의 리쇼어링은 코로나와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 전략이 결합한 결과다.
먼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 중국과 신흥 제조국으로 떠오른 베트남에서조차 거점을 옮기려는 기업이 한국에도 적지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은 코로나로 강제 격리하거나 폐쇄하는 일이 잦았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위협, 세계 최대 시장이자 강대국인 미국의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이전을 더욱 가속화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들어 잇달아 미국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했다. 반도체나 전기차 등 주요 산업의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는 이 법은 첨단산업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 8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리쇼어링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코로나19 기업애로 해소 및 수출 지원 대책'을 비롯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 패키지 방안을 발표하는 등 정책을 강화했다.
성과는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되돌아온 기업 수는 26개로, 우리나라도 코로나로 복귀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했다. 국내 복귀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지난해 돌아온 26개 회사 가운데 중견기업은 9개였고, 나머지는 모두 중소기업이었다. 대기업이 유턴한 경우는 2019년 단 1개사(현대모비스)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동안 유일한 사례였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니 고용 효과가 클 리 없다. 지난해 리쇼어링한 국내 기업의 고용은 18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비 약 56% 늘어난 일자리를 만들었으나 여러 면에서 아쉬운 숫자다. 이마저도 기업이 복귀 신청 시 제출한 계획을 바탕으로 한 통계여서 제대로 이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대기업의 리쇼어링은 고용 창출이 크다. 특히 협력사의 동반 유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포드, GM, 월풀, 오티스 등 대기업이 자국으로 리쇼어링하면서 고용 창출과 투자 유치에 커다란 성과를 이뤘다. 이에 해외 기업 투자 유치까지 더해지면서 거대한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다. 우리는 해외로 나간 큰 기업들이 최근과 같은 불안정한 시기에도 왜 돌아오지 않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해야 한다. 미국과 같이 거대 수요가 몰린 시장도, 기술적이나 경제적으로 초강대국도 아닌 만큼 유치를 위해서는 남보다 더 파격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첨단산업 중심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총성 없는 전쟁은 산업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