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내년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횟수를 올해 대비 20% 늘린다. MPW는 여러 반도체 팹리스 시제품을 웨이퍼에 제작하는 것으로, 새로운 칩 개발에 필요하다. 다양한 제품 개발과 시양산(Pre-Production)으로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팹리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MPW는 내년에 12인치 17회, 8인치 12회로 총 29회 제공된다. 올해 23회(12인치 13회, 8인치 10회)보다 6회 더 늘렸다. 약 20% 소폭 증가했지만 MPW 공정 1회에 여러 팹리스가 참여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반도체 칩 시제품을 만들 기회는 대폭 확대된다. 반도체 팹리스 업계는 상당히 고무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MPW 횟수를 약 43% 줄인 바 있다. 특히 8인치 MPW 횟수가 절반 이상 축소됐다. 파운드리 병목 현상과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8인치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난을 치른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팹리스 지원을 위해 MPW 라인 확대를 지속 요청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1월 발족한 '팹리스-파운드리 상생 협의체'에서도 중소 팹리스 MPW 공정 제공 확대를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대안 마련에 나섰다. 국내에서 12인치 파운드리 MPW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에 MPW 확대는 업계의 핵심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MPW 확대는 팹리스 업계와 정부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팹리스가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으로 반도체 시제품을 개발할 길이 열렸다. 12인치 MPW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 파운드리를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처음으로 삼성전자 4나노 선단 공정이 MPW에 포함된다.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의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과 고성능컴퓨팅(HPC) 등 첨단 반도체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어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웨이퍼 하나로 여러 고객사의 반도체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1개 고객사의 여러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 파운드리가 연구개발(R&D)과 시제품 개발 역량이 부족한 반도체 팹리스나 대학, 연구기관 등에 제공한다. 파운드리에서 일정 비용을 받지만 최근 정부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12인치 17회·8인치 12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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