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한·일 소부장 일시적 반사이익 예상

미국이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 장비사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다만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제조 장비 역량이 부족한 우리나라로는 장기 수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1434억달러다. 2016년 940억달러에서 연평균 12%씩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반도체 연평균 성장률이 3%에 불과한 것과 견주면 비약적인 성장세다. 이같은 성장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에 생산 능력은 우리나라와 대만에 뒤처진다. 중국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국 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한다. 파운드리에서는 SMIC와 화홍그룹이, 메모리 분야에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CXMT) 등이 막대한 설비 투자로 반도체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는 중국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가로막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자국 내 반도체 장비 기업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이 반도체 장비를 많이 수입한 3개국은 일본(63억660만달러), 미국(55억1800만달러), 한국(22억5800만달러) 순이다. 미국산 장비 수입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일본산 장비와 한국산 장비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수출 규제의 직접적 영향권에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이 세계 반도체 장비를 대거 구매할 때 우리나라 장비 기업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장기적인 첨단 반도체 장비 수요 대응에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가 메모리 공정에 편중돼 있고 첨단 공정은 외산 장비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반도체 소재·부품 세정이나 검사·계측 등 장비 중심으로 중국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반면에 일본은 도쿄일렉트론(TEL) 등 첨단 공정 장비 경쟁력을 갖춘 장비사가 다수 포진해있다. 우리나라처럼 메모리 제조 장비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역량도 뛰어나다. TEL 경우 지난해 로직 반도체 장비 판매 비중은 53%에 달한다. 장비 판매 이후 유지 관리를 위한 소재 공급망도 우리나라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 규제는 일시적으로 우리 반도체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일본산 장비 수입 비중이 크고 중국 자체적으로 독자 장비 개발에 집중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대규모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