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장비 '하이(High) 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ASML에 발주했다. TSMC와 인텔에 이어 국내 반도체 제조사도 2나노 공정 구현이 가능한 장비 도입을 앞두고 있어 최선단 공정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ASML은 19일 실적 발표에서 “EUV 하이 NA 사업 경우 트윈스캔 EXE:5200 장비 추가 수주로 모든 EUV 고객사가 하이 NA 제품을 발주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이 NA EUV 장비는 빛 집광능력을 나타내는 렌즈 개구수(NA)를 0.33에서 0.55로 끌어올린 장비다. 기존 EUV 장비보다 더욱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다. 2나노미터 공정을 위해서는 하이 NA 장비가 필수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인텔과 TSMC는 하이 NA EUV 장비 도입을 공식적으로 이미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골자로 한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을 발표한 당시 하이 NA EUV 장비를 가장 먼저 발주했다고 밝혔다. 선제적인 차세대 장비 도입으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능력을 추격하기 위해서다. 이후 TSMC도 하이 NA EUV 장비 발주 계약을 알렸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계약 관련해 말을 아껴왔다. 이번 ASML 발표로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하이 NA 장비 도입이 사실상 공식화됐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하이 NA EUV 장비 도입 관련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ASML의 기존 EUV 장비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TSMC, 마이크론 등이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 모두가 ASML 하이 NA EUV 장비 발주를 내면서 대량 양산이 시작되는 2025년부터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 NA EUV 장비는 현재 활용하는 EUV 장비보다 비싸지만 초미세 공정을 한번에 구현(싱글 패터닝)할 수 있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 경우 3나노 양산 이후 2나노 양산을 위해서라도 하이 NA EUV 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기존 EUV 장비는 2000억~3000억원, 하이 NA EUV 장비는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ASML은 이날 3분기 실적으로 순매출 58억유로, 매출 총이익률 51.8%, 당기순이익 17억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는 순매출 61억~66억유로로 전망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인플레이션, 소비자 신뢰지수, 경기 침체 리스크 등 다수의 글로벌 거시경제 우려 사항에 기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시장별 수요 변화가 감지되지만 전반적인 ASML 시스템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며 “그 결과 3분기에 하이 NA 시스템 등 등 EUV 장비 매출 38억 유로를 포함, 최대 분기 예약매출 약 89억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