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액(CAPEX)을 절반 이상 줄인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전례 없는 공급과잉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60%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26일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올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분기에 비해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60.5%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감소 요인으로 거시경제 악화에 따른 메모리 수요 부진을 들었다. PC, 스마트폰 등 제품 수요가 줄고, 고객사도 재고 소진에 나서며 3분기 D램과 낸드 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모두 20% 이상 하락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에도 유례 없는 수요 약세가 펼쳐졌다”며 “원가경쟁력을 개선했음에도 가격 하락 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올해 D램과 낸드 수요 증가율도 연초 시장 전망에 못 미치는 한자리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견조한 서버용 메모리 역시 기업 투자 축소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수급 균형을 위해 내년 시설투자액을 10조원 후반대인 올해에 비해 50% 이상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노 사장은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 당시 업계 CAPEX 축소 규모와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인다. 팹 운용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제품 구성 변경과 장비 재배치도 검토한다. 일부 공장은 이미 실행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내년 웨이퍼 생산량이 감소하고 당초 계획 대비 선단공정 비중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DDR5·LPDDR5, 고대역폭메모리(HBM)3 등 고부가 제품과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5세대 10나노급(1b) 기반 고성능·대용량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해 DDR5 시장을 주도한다. 노 사장은 “DDR5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이 늦어졌지만 관련 생태계가 갖춰지고 고객 수요가 형성됐다”며 “내년 서버용을 중심으로 DDR5 전환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 역시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238단을 양산한다. 지난해 말 인수한 솔리다임과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집중한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공장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각국 정부와 고객, 파트너사 등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하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상무부와 1년간 별도 허가 없이 중국 공장에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협의했다.
노 사장은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침체 국면을 이겨내 진정한 메모리 반도체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2022년 3분기 경영실적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