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업 활력제고 규제혁신 방안(이하 규제혁신 방안)'은 융합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던 규제를 제거하는 데 집중한다. 신사업 기반이 되는 초연결,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정보통신공사협회 등 업계 단체와 지자체 등에서 건의한 3대 분야 12개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정보통신전문가 정보통신설비 설계·감리 등 산업계 오랜 숙원도 개선과제에 포함된 반면, 지방자치단체 기간통신사업 등록 허용 등은 논란의 소지도 존재한다. 일부 과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규제 개혁 과정에서 산업계, 국회와 지속적 소통은 과제다.
◇초연결 인프라 고도화·안전 강화
과기정통부는 불합리하지만 업계 이해관계와 관행이라는 이유로 유지했던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기로 했다.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 설계·감리를 정보통신전문가도 수행토록 개선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까지 국회와 협력해 정보통신공사업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존 건설업종별 설계·감리는 전문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자와 용역업체가 수행했지만, 유독 정보통신공사만 건축사가 수행하도록 규정됐다. 광케이블과 지능형홈네트워크 관리를 위해서는 전문 지식이 필요해 건축사가 정보통신용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건설 단가가 높아지고 불법 저가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업계 거래관행을 현실화하고 전문가를 통해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기술자 '특급 등급' 인정기준도 개선한다. 기술사 자격증 미 보유자도 경력 교육이수 실적에 따라 특급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등급인정 체계를 개선, 기술인력 수급애로를 해소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 주파수와 관련 기존 주파수공급과 유사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공급절차를 간소화한다. 단말기에 대해서도 기존 기지국과 같이 무선국허가를 받아야 했던 규제를 개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2030년까지 약 1000개의 5G 특화망이 구축되고, 약 3조원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지자체 기간통신사업 등록은 통신업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지자체가 자체 구축한 망은 내부 전산, 서비스에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기간통신사로 등록하면 주민 대상으로 교통, 환경, 안전, 보건, 교육, 관광, 시설물관리, 의료, 복지 등 스마트도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을 민간 사업으로 규정하고, 정부·공공 기간통신사업을 제한했다. 공공부문 민간 서비스 침해 논란이 가열될 수 있다.
이외에도 과기정통부는 시내전화의 인터넷전화 대체 제공 허용, 구리선기반 시내전화(PSTN)와 중복투자를 없애 2026년까지 약 2500억원 투자 촉진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디지털 융합·신산업 활성화
과기정통부는 전기차 무선충전을 위해 주파수를 분배하고, 설비 설치 부담을 완화한다. 전기차 무선충전 용도로 사용되는 주파수가 없어 무선충전 상용화가 어려웠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85㎑ 대역을 전기차 무선충전 용도로 분배, 상용화 기반을 조성한다.
전기차 무선충전기에 대해 기존 설치할 때마다 설치운영자가 받아야 했던 '전파응용설비 허가'를 '기기인증제도'로 전환한다. 기업이 한 번만 인증 받으면 이후 별도 설치허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전기차 무선충전 상용화 제도 기반을 미리 조성, 선제적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에 혼·간섭 방지기술 탑재를 전제로 저전력·초정밀 초광대역 무선기술(UWB)을 탑재하도록 허용한다. UWB는 초고대역에서 500㎒폭 이상 주파수를 활용해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2030년 세계시장에서 UWB 탑재 기기가 18억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다.
반도체 공장의 전파이용장비 검사를 건물단위검사 방식으로 개선한다. 전자파 차폐시설을 갖춘 시설에선 장비마다 직접 검사를 하는 대신 공정 중단 없이 건물 단위로 건물 밖에서 일괄적으로 장비검사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외에도 LED 조명기기 등에 '전자파 자기적합선언제도'를 도입, 기업 스스로 전자파 적합성을 확인하고 신고 없이 제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산업현장에서 디지털설비 이용 편리하게
과기정통부는 산업 현장에 불합리하게 작용했던 디지털설비 활용규제도 대폭 개선한다.
산업현장에서 특수 용도로 사용하는 소량 산업용 기자재는 전자파 등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점 등을 고려하여 전자파 적합성 평가를 면제해 생산설비 가동률을 향상한다.
무선국 변경검사 방식을 전수검사에서 표본검사로 개선한다. 신규장치 추가 등 준공검사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와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 등 단순변경에 대한 검사 규제를 합리화, 기업의 인력, 비용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주거용 오피스텔 구내통신 회선 설치기준을 기존 업무용에서 주거용으로 개선, 기존 9회선에서 1회선만 구축할 수 있도록 해 불필요한 회선 낭비를 없앤다. 과기정통부는 3대 분야 12대 규제 개선으로 2030년까지 총 3조2500억원 이상 민간투자 유도 효과를 기대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산업 규제의 과감하고 신속한 혁파를 통해 산업 현장 활력을 제고하고 우리나라가 디지털 모범국가로 나가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여 규제혁신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