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이 미국 슈퍼컴퓨팅 시장 판로 개척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스토리지, 초고속 통신 등 기술 난도 높은 첨단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한다.
리벨리온·모빌린트·세미파이브·파두 등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4개사는 14일부터 미국 달라스에서 열리는 '슈퍼컴퓨팅 전시회(SC22)'에 참여한다. 행사는 1991년 시작된 세계 최대 슈퍼컴퓨터 관련 전시·학회다. 글로벌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의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로 인텔, 아마존웹서비스(AWS), AMD, 엔비디아, IBM, 마이크로소프트(MS), HP 등 글로벌 유수 기업이 참여한다.
국내 팹리스 4개사는 한국관을 꾸려 차별화된 기술력과 역량을 뽐낸다.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했다. 5나노 공정 첨단 반도체 공급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 KT와 테마섹파빌리온 등 국내 유수 투자사로부터 920억원 규모 펀딩을 받을 만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리벨리온은 SC22에서 월스트리트 고객과의 기술 협업과 기업 서버향 NPU 개발 현황을 공유한다.
모빌린트는 양산을 앞둔 고성능 에지 AI 반도체 '에리스(Aries)'를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에 공개한다. 삼성전자 14나노 공정으로 개발에 성공한 에리스로 북미 NPU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모빌린트는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글로벌 벤치마크 ML퍼프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한 NPU 아키텍처를 보유하고 있다. SC22에서는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HW)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모빌린트 원천 기술과 자원 등 '풀스택' 인공지능 솔루션 역량을 적극 알린다.
세미파이브는 독창적인 시스템온칩(SoC) 플랫폼 솔루션을 소개한다.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는 국내 대표 반도체 설계 플랫폼 기업이다. 여러 반도체 기업이 보다 쉽고 신속하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체 설계 플랫폼을 제공한다. AI 인터페이스부터 HPC, 지능형사물인터넷(AIoT) 등 다양한 반도체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세미파이브는 SC22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SoC 플랫폼이 글로벌 고객에게 혁신 설계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파두는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과 차세대 저장장치 개발 방향을 소개한다. 파두는 SSD에 탑재되는 핵심 반도체인 컨트롤러 개발에 주력하는 팹리스다. 메타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파두는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기술 검증을 받아 작년 4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와 데이터센터 기업 협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연결 기술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솔루션뿐 아니라 최첨단 SSD 컨트롤러 등 다수 스토리지 솔루션을 지속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SC22가 북미 등 신규 시장 개척에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국내 팹리스가 내수와 중국 시장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판로를 개척,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확대할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HPC 등 데이터 처리 분야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36%를 차지할 만큼 중요도가 높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번 SC22 전시회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국내 팹리스가 반도체 세계 최고 시장에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