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글로벌 빅샷'과 회동…뉴삼성 해법 찾는다

15일 나델라 MS CEO 시작으로 16일 전후 베닝크 ASML CEO
17일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SW·반도체·스마트시티 협력 논의
글로벌 경제 위기 속 미래 사업 발굴 열쇠 찾을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해외 거물 인사와 잇달아 회동한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반도체 부진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티아 나델라 MS CEO, 페터르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티아 나델라 MS CEO, 페터르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다음 주 연이어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페터르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과거 부회장 시절부터 이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다. 회장 취임 후 처음 갖는 글로벌 빅샷과의 만남을 통해 첨단 반도체 장비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편 메타버스, 로봇, 스마트시티 건설 등 미래 먹거리 확보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우선 15일 방한하는 나델라 MS CEO와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나델라 CEO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한국MS 개발자 행사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나델라 CEO의 방한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며,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2014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이 회장은 나델라 CEO와의 미팅에서 과거부터 진행해 온 '미래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과 나델라 CEO는 지난 세 차례 만남에서 주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 협력과 SW 생태계 확장 등을 논의했다.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준비하고 있는 메타버스 기기와 MS의 SW 기술력을 통한 협력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자료:삼성전자]
지난해 11월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자료:삼성전자]

이 회장은 이어 16일을 전후해 베닝크 ASML CEO와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이날 경기도 화성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기공식을 개최한다. 이 회장이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인 만큼 이날 기공식에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반도체 협력사 가운데 ASML을 가장 많이 찾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의 필수 장비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ASML로부터 공급받는다. 이 회장과 베닝크 CEO가 만나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장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EUV 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에 ASML EUV 장비를 사용했다. 특히 5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면서 국내외 반도체 생산 공장(팹)에 노광장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함께 ASML 노광장비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큰손이다. 2030년까지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만큼 ASML 장비 구매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6월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만난 모습. [삼성전자 제공]
지난 6월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만난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최근 ASML 차세대 노광 장비(하이 NA)도 구매했다. 더욱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구현하고 생산성을 높여서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ASML 장비 구매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17일에는 이 회장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회동이 유력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방한하지만 그동안 교류를 이어 온 이 회장과는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청해 AI, 5G 통신,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성장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개별 면담을 하는 등 교류를 꾸준히 이어 왔다. 당시 이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내 기술, 산업, 건설,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광범위한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목적은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과 관련해 국내 정·재계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이다. 네옴시티 사업은 5000억달러(약 688조원) 규모의 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로, 한국 기업들도 사업 수주에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 만남 때부터 스마트시티 건설 등과 관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네옴시티 사업계획과 관련해 좀 더 진일보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