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새해 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연간 5.1% 상승한 소비자물가는 새해 3.6%로 떨어지고 오는 2024년에는 한은 목표치(2%)에 가까운 2.5%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고물가가 하향 안정되는데 2년 가까운 기간이 걸리고, 국내외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어 새해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금리인상 기조는 계속 이어간다.
한은은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내고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하방 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가 새해에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11월까지 물가상승률은 5.1%에 달해 올해 연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4.7%)을 넘어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한은은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해 3.6%로 예상했고, 새해 2.9%, 2024년 2.0%로 전망했다.
앞으로 물가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는 국제유가 반등, 예상보다 강한 소비 회복세, 원·달러 환율 재급등,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폭 확대 등을 꼽았다.
물가를 낮출 요인으로는 국제유가 하락세 심화, 국내외 경기 둔화폭 확대,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언급했다.
최근 물가여건 중 국내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론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대는 대목이다.
한은은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짚으며 “민간소비는 고물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저하, 금리 상승 등으로 최근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출(통관 기준)은 주요국 경기둔화,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등으로 지난 10월 이후 감소로 전환하는 등 빠르게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하고 있고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기침체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겠다”며 “아직은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한은은 3.25%인 금리를 적어도 3.5%까지 올리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표]한국은행 물가 전망
※2022년 11월 전망치.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기준임.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