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9일 차분한 분위기 속에 55번째 생일을 맞는다. 올 연말은 다른 해보다 일찍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세계 경기 둔화 등 새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창립기념일인 이날 별도 행사 없이 정상 근무한다. 조합원에게 주어지는 창립기념일 연차는 30일 휴무로 대체, 한 해를 마무리한다. 국내 주요 공장도 30일 휴무로 올해 생산을 마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말에도 새해 그룹 내 분야별 사업 계획을 점검하며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정 회장은 여느 해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등 신사업 추진 국가를 수시로 찾아 핵심 인사를 직접 만나는 현장 경영을 펼쳤다.
과감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 76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신사업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한국·미국 중심으로 전기차, 자율주행, 로보틱스, 미국 신공장 설립 등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통상적으로 연말에 시행한 하반기 임원 인사를 다른 해보다 2~3주 앞당겨 단행했다. 전문성을 유지하는 '안정'에 중점을 두면서도 성과를 낸 40대 젊은 임원을 과감히 발탁하는 '혁신'을 보여 줬다. 새해 세계 경기 둔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선제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신설한 '글로벌전략오피스'(GSO)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GSO 총괄에 미래성장기획실장과 EV사업부장을 맡아 온 김흥수 부사장을 선임, 힘을 실었다. 새 조직은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서비스 관점에서 모빌리티는 물론 반도체·전기차·스마트시티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협업과 검증을 진행한다.
올해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생산 악재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8% 증가한 142조1591억원, 영업이익은 39.9% 늘어난 9조3451억원으로 예상된다.
새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 현대차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누적 판매 1500만대를 달성하며 호조를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세제 혜택에서 제외된 IRA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차는 한국 정부, 국회와 함께 IRA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의 2024년 전기차 추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새해 자동차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점은 경영상 새 리스크다. 지난 2년 동안의 실적 상승에 밑바탕이 된 환율도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 주가 역시 시장 불안 요인이 반영되며 52주 신저가 근처를 오가는 상황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