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의 핵심 방안으로 추진하겠다던 '반도체 아카데미'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 당초 계획보다 예산이 절반 이상 깎여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아카데미 예산은 당초 계획한 금액에서 50% 이상 삭감된 20억원대 중반으로 확정됐다. 시설과 실험 장비 구매 등 인프라 구축에 쓸 비용이 절반 이상 삭감돼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갖추기 어렵게 됐다.
반도체 아카데미는 지난해 7월 산업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반도체 초강국 달성 전략' 중 인재 양성을 담당할 핵심 사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진쎄미켐, 피에스케이, 에프티에스, 실리콘마이터스, 반도체산업협회 등 업계와 산업부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아카데미는 반도체산업협회 주도로 제2 판교에 들어설 계획이었다. 반도체 기업이 강사와 교과 과정, 활용 장비 등을 제공하고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계획이었다. 업계 주도로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신속히 확보, 4년 이상 소요되는 대학 인력 양성 대비 시간적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목표였다.
업계에서는 만성적 인력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반도체 아카데미를 주목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석·박사급 고급 인력은 아니지만 공정 현장이나 반도체 설계 등에 필요한 다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재 양성 거점으로 기대한다”며 “기업 입사 후 직원을 교육하는 것 대비 비용과 시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 원장으로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를 선임하는 등 운영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으나 예산 축소로 차질이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반도체 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도체 아카데미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업은 반도체 초강국 달성 전략을 위한 인재 양성 4대 사업 중 첫 꼭지에 등장할 만큼 업계 이목이 집중했던 내용”이라며 “정부가 정말 의지가 있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반도체산업협회는 예산 삭감에 다른 사업비 충당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협회, 관련 기업과 함께 반도체 아카데미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