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드러난 핵심 과제는 단연 '수출'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까지 가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중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패권 경쟁, 자국 우선주의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무역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반도체·자동차·조선은 물론 환경·건설·농식품 등 산업 전반 걸쳐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부처별로 받고 있는 신년 업무보고에서 모든 부처에 산업부가 돼 달라며 올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새해 경제위기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은 가운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행보가 눈에 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1월 해외 수주 '원팀'을 꾸려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에 이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2023 CES' 현장을 찾았다. CES를 방문한 것은 국토부 수장 가운데 첫 사례다. 이제 원 장관은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 무대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모빌리티 등 국토교통 산업의 낡은 규제와 혁신 걸림돌을 걷어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개발도상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새해 업무보고에는 아프리카에 한국형(K) 라이스벨트를 구축하고 농기계 해외 진출 물꼬를 트는 등 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연다는 비전을 담았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 쌀이 부족한 세네갈, 감비아, 기니, 가나, 카메룬, 우간다, 케냐 등 7개 쌀 주식 국가 대상으로 K-라이스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 장관은 공적개발원조(ODA)가 개도국을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시장 확대까지 연계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장관이 수출 정책 공개 후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환경부 장관은 환경단체를 설득해야 하는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부는 새해 '원전전략기획관'을 신설했다. 환경부 또한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야권과 환경단체는 K-택소노미에다 원전을 포함시킨 환경부에 “환경부가 규제 부처 본연의 역할을 잊고 진흥부처 산업부의 이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같은 환경단체의 비판에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새해 업무보고에 '녹색산업 수출로 2023년 20조원, 임기 내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환경부까지 수출 지원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모습이다. 경제성장(수출)과 인류공영(환경보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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