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을 출시하면서 신규 D램 규격인 DDR5 메모리 수요 확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에는 DDR5 비중이 전체 D램의 2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인텔 서버용 CPU가 메모리 시장 침체를 타개할 새로운 승부수가 될지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DR5 D램은 전체 D램 가운데 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분기별 최대 4%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본격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4분기에는 20%로 급상승, 기존 DDR4(12%)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승 전망은 서버용 시장을 선점한 인텔이 처음으로 DDR5 지원 CPU를 출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서버용 CPU 시장 가운데 인텔은 90% 안팎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한다. 인텔 CPU 지원 사양에 따라 부차적인 서버용 메모리 시장까지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까지 인텔이 내놓은 CPU는 DDR4까지만 지원했다. 서버용 DDR5 D램은 지원하는 CPU가 없어 시장 공급이 제한적이었다. 일부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 연구개발(R&D)용으로만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는 데이터센터 기업의 서버 교체 수요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처리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고성능·저전력 CPU 기반으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재구축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서버용 DDR5 시장이 개화하면서 침체된 메모리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지 주목된다. DDR5는 DDR4 대비 가격이 높기 때문에 메모리 제조사 수익 개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DDR5 메모리 가격이 20%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가격 하락은 DDR5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비용 부담으로 설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일부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서버 교체 수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DDR5로 인한 메모리 시장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전방 산업 위축으로 스마트폰(모바일)과 PC향 메모리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서버향 메모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서버향 D램은 2021년 3분기 처음으로 스마트폰향 D램 매출을 앞질렀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서버향(34.4%)과 스마트폰향 D램 격차는 4%포인트(P)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같은 차이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버 시장을 두고 주요 메모리 업체 간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DDR5 D램을 출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된 메모리 성능과 데이터센터 기업과의 협력 등이 DDR5 D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