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시장에서 애플워치 기능 확대를 위해 정부규제 승인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연초부터 애플와치8·울트라 헬스케어 기능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애플워치에 '소급 배란일 추정' 기능 탑재가 핵심이다.
애플은 식약처에 2등급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W) 승인을 신청하고 과기정통부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신청 절차까지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 제공 속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애플워치8·울트라 제품에서 체온측정 센서를 처음으로 탑재하고, 이를 활용한 '소급 배란일 추정'을 킬러 서비스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해당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
체온센서는 2개 센서가 수면 등 생활 체온 변화 패턴을 분석하고 이상 상황을 감지해서 알려준다. 정확한 수치 제공이 아니라 체온 변화 패턴을 측정하는 것이어서 식약처의 승인이 필요치 않아 한국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소급 배란일 추정은 애플워치를 통한 여성 생리주기 입력과 센서가 측정한 체온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전 생리 주기를 추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임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 요소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에 의료기기 분류, 식약처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기능을 막아 놨다. 미국·유럽연합(EU)도 해당 기능을 의료기기로 분류한다.
그러나 애플은 올해 들어 국내시장에서 소급 배란일 추정 기능 제공을 위해 식약처에 애플워치8·울트라 '2등급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W)'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분적으로 의료기기 기능을 포함한 제품 출시를 위해 필요한 인가 절차다.
애플은 기능 제공을 위해 과기정통부에도 ICT 규제샌드박스 심사에 관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샌드박스는 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위해 일정 조건을 전제로 시장에 우선 출시해서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절차다. 애플은 식약처의 승인 절차가 오래 걸린다고 판단할 경우 ICT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기능의 조기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제도 전반을 분석·활용해서 조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애플의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애플은 애플워치 심전도(ECG) 기능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8년 말 출시한 애플워치4에 처음 탑재하고, 2년 후인 2020년 말에야 식약처 승인을 거쳐 공식 제공했다. 올해 안 애플페이(결제)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완성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애플 노력은 평가할만하다”면서도 “최근 배터리교체비용 일방 인상, 앱 개발사 수수료 과도 부과 등 문제로 불거진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