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는 장기간 경험을 축적한 우수 엔지니어가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인력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력 유출을 막는 일이 기업 경쟁력 측면을 넘어 국가 안보 관점에서 중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생산 현장의 최고 커리어 단계로 마스터 직책을 신설하고, 마경수 기성을 1호 마스터로 선정했다. 현장 최고 전문가로 선발된 명장 중에 사내 '구루(스승)'를 뽑아 기술력과 경험을 정년 이후에도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SK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2018년부터 기술력이 우수한 엔지니어를 DE(Distinguished Engineer)로 선발하고, 그중에서 정년 이후까지 기술력을 인정받아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HE(Honored Engineer)로 선정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과정에서 긴급한 이슈를 해결하거나 중장기 프로젝트를 맡는 동시에 자신의 역량을 후배에게 전수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현재까지 선발된 DE는 약 50명이며 HE는 3명이다.
2017년 설립한 사내 대학 SKHU에서는 퇴직 임원이 전문 교수진으로 활동하며 보유 지식과 경험을 가르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훌륭한 기술 인재에게 정년이 없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5월부터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고령화, 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동시에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직원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년을 앞둔 직원 중에 성과 우수자나 삼성 최고 기술전문가 '삼성 명장',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우수 자격 보유자를 대상으로 선발한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정년 이후에도 기술 인재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왔다. LG디스플레이는 2011년부터 성과가 우수한 연구원, 공정·장비 엔지니어 등이 정년 이후에도 3년간 고용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년 후 연장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