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의 최고경영자(CEO) 재공모로 당분간 경영 혼선이 불가피하다. 현재와 같은 KT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통신시장 경쟁 축마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완해 최대한 신속하게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잡음을 차단하는 게 과제다.
◇세번째 CEO 공모
KT 이사회의 CEO 재공모 결정은 3번의 심사를 진행하게 되는 초유의 사건이다. 선임 과정에서 몇명이 공모했는지, 누가 공모했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한 이사회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민간기업인 KT를 무리하게 압박한 정치권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
앞서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초 운영규정에 의거해 현직 우선심사 절차를 거쳐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적격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말 구 대표가 셀프 경선을 자처하자 복수후보 심사를 거쳐 차기 CEO 후보로 재차 확정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2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기존 절차를 뒤집고 재공모에 나섰다.
KT CEO 선임 절차에 대한 정치권의 불투명·불공정 논란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들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과 정치권 움직임뿐 아니라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적으로 KT CEO 선임절차 불투명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3월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대표를 단수 후보로 추천하는 것은 정부에 전면 반기를 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결국 재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구 대표 역시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재공모가 가능해졌다.
◇구현모 대표 재도전, CEO 향방은
KT 이사회는 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 공개 모집을 통해 사외 후보자군을 구성하기로 했다. 재공모 적정성과 이사회 불공정 논란과는 별개로, KT CEO 선임 레이스가 다시 펼쳐지게 됐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현직인 구현모 대표와 새로운 도전자들의 대결이다. 구현모 대표는 이사회에 재공모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 대표의 재도전은 논란 중심에 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 재도전이 조직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논란을 제기한다. 이에 따라 KT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KT 전·현직 임원과 외부 인사 등 최소 5~6명 이상 도전자가 거론된다. 반면에 구 대표 찬성 측에서는 KT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구 대표가 재도전에 성공해 보다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지배구조 불확실성 탓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공모를 서두르고 이번에는 잡음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이날 발표된 지난해 KT 경영지표는 매우 호조세다.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매출 25조원을 돌파했다. KT는 2022년 매출 25조6500억원, 영업이익 1조69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 1.1% 증가한 수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