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유명한 법칙 가운데 하나인 '파레토 법칙' 또는 '80대20 법칙'에 따르면 성과의 80%는 20%가 창출한다고 한다. 20%가 의사결정을 할 때 독단적으로 내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 누군가에게 의견을 묻거나 어떤 정보를 참조할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는 고객 경험이 '브랜드-고객'만의 경험이 아니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고객-고객 관계 경험'일 텐데도 개인의 의사결정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고 고객 개인에게만 집중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고객 경험을 고객 개인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맺고 있는 관계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 관계는 디지털로 인해 고객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누구나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공유하는 것이 자유로워졌고,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고객이 브랜드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이다.
소셜 미디어 속 소비자 행동 반응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서로 의견이나 취미가 유사한 사람끼리 모이는 현상을 보인다. 두 번째 단계에서 소비자들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근주자적'(近朱者赤) 성격을 띤다. 착한 사람과 사귀면 착해지고 악한 사람과 사귀면 악해진다는 것이다. 즉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이 확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행동적 반응인 '수우적강남'(隨友適江南) 반응을 보인다. 친구를 좋아하면 먼 곳이라도 피로를 잊고 따라가거나 자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남에게 이끌려 덩달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과거 선인들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을 예측했다. 조선 후기 송남잡지 편에서는 '수심가지 인심난지'(水深可知 人心難知)라 했다. 물의 깊이는 알 수 있지만 사람 속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람 속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명심보감에도 그 답이 있다. '욕식기인 선시기우'(欲識其人 先視其友), 즉 그 사람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그 친구를 보면 된다.
우리는 고객 개인의 인구통계적 특성인 성별·나이·소득·직업 등이 아니라 고객 개인이 맺는 관계를 기반으로 브랜드와의 관계를 누구와, 얼마나, 어떻게, 왜, 언제, 어디서 형성하고 있는지 등 고객 경험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기업전략을 연구하는 스티븐 보가티 켄터키대 교수에 따르면 사람은 정보를 구하기 위한 원천으로 '사람'을 고려한다고 한다. 정보를 얻는 데 공식적 관계보다 비공식 관계를 적극 활용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좀 더 가까운 관계가 형성되고, 심화한 정보가 교류되고, 관계 강도는 더 강화되는 역동적인 과정이 진행된다고 한다. 브랜드와의 관계는 단순히 고객 개인의 취향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 맥락, 고객 관계를 토대로 고객 가치에 집중한 개인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례로 '경동 나비엔 단꿈 상점'은 숙면 온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디지털 상에서 숙면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여러 사람에게 인증되어 다음 스토리가 기다려지도록 했고, 방문자만 수만명이었다.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단꿈상점이 소비자에게 인지된 측면이 있지만 소셜채널 내 단꿈 굿즈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 반응과 단꿈상점 내 상담소를 통한 소비자와 브랜드의 활발한 소통이 소비자 관심을 배가시켰다.
단꿈상점은 어떻게 확산해서 많은 사람을 방문하게 한 것일까? 캠페인의 역할을 트리거로 한 고객 간 관계 덕이다. 캠페인을 통해 단꿈상점을 인지한 고객이 핵심이 되어 확산을 불러일으켰다. 경험은 고객 개인으로 그치지 않고 개인에서 개인으로 확산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우리가 고객 경험을 개인만의 경험이 아니라 고객이 맺는 '고객과 고객' 관계의 경험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현정 HS애드 DX실장mktbridge@hs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