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이 뭉쳤다. 반도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패키징 등 후공정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응이 미흡해서다. 전문가들은 특정 기업만으로는 생태계 조성이 불가능한 만큼 산·학·연 협력과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가 참여하는 '초격차 반도체 포스트 팹 발전전략 포럼'이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17일 서울 엘타워에서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포스트(Post) 팹은 '팹' 이후 단계, 즉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와 패키징 등 후공정을 지칭한다.
후공정은 반도체 설계나 노광 등 전 공정에 비해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미세화의 한계로 반도체 성능 개선이 점점 어렵게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입출력(I/O) 단자 등 패키징 단계에서의 개선으로도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애플이 아이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삼성에서 생산하다가 TSMC로 바꾼 것도 바로 패키징 기술이 배경에 있다. 포럼은 해외보다 뒤처진 국내 후공정 산업 발전을 위해 추진된 것이다.
고용남 하나마이크론 연구소장은 패널 발표에서 “반도체 패키징 기술에 따라 제품 경쟁력이 좌우되는 만큼 주요 기업이 사활을 걸고 투자에 나서며 자체 기술을 브랜드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 대비 투자 여력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욜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후공정 관련 기업의 첨단 패키징 투자 금액은 160억달러 수준이다.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대부분 인텔(30%), TSMC(25%), ASE(12%) 등 해외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만 글로벌 투자 비중 10%를 차지하며 순위권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고 연구소장은 “후공정 역량이 뛰어난 대만은 파운드리 업체 중심으로 협력 생태계가 갖춰졌고, 정부가 이를 지원한다”며 “우리나라는 메모리 중심 패키징 산업에 치우쳐져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대기업·중소·중견 후공정 기업, 소재·부품·장비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활동을 제안했다. 그는 “지역별 기술 거점화 방식으로 패키징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광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장도 생태계 간 협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팹리스부터 파운드리, 후공정 기업까지 강력한 생태계를 앞세운 대만 패키징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서 있다”며 “우리나라 패키징 생태계 핵심인 파운드리와 패키지 기업 간 기술 개발 협업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업 생태계를 주도할 '거점'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로 산업계나 학계, 연구기관이 주도적으로 나서 협업 생태계를 이끌어야 R&D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후공정 산업 발전을 위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통한 기술과 정책 제안에 나설 계획이다. 정기적인 모임으로 업계 간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곧 의장 선출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