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르면 연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펠리클'을 투입할 전망이다. 펠리클은 노광공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마스크(반도체 회로가 그려진 판) 오염을 방지하는 부품이다. EUV가 최근 도입된 기술이다보니 삼성전자는 EUV용 펠리클을 그간 사용하지 않았는데, 곧 새로운 소재부품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 EUV 장비에 펠리클을 적용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차기 EUV 장비인 '하이 NA'부터 펠리클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현재의 EUV 양산 라인에 펠리클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EUV 펠리클을 도입하면 공정 속도가 늦어져 삼성전자가 도입을 망설였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최근 투과율 등 펠리클 성능이 개선되고 있어 현재 EUV 양산 라인부터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EUV 펠리클은 이물질을 차단, 포토마스크를 좀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돕는다. EUV용 포토마스크는 수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펠리클을 적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펠리클 사용 시 공정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와 같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주문하는 고객사들도 이런 이유로 펠리클 적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
삼성은 또 EUV 펠리클이 부족해 도입을 신중히 했다. 투과율 90% 이상 EUV 펠리클이 필요한 데, 현재 일본 미쓰이화학만 독점 생산하고 있다. 펠리클을 도입하게 되면 해외 의존도 100% 소재부품을 비싼 가격에 들여와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이에 자체 개발과 동시에 국내 기업들과 협력하며 EUV 펠리클 다변화를 추진했다. 성과들이 가시화돼 적용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최근 투과율 88% 펠리클 개발에 성공했다. 에스앤에스텍과 에프에스티에 투자해 EUV 펠리클 개발도 독려 중이다. 삼성 EUV 펠리클 개발에는 총 4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 공급망이 어느 정도 구축된 만큼 본격적인 EUV 펠리클 도입이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EUV 펠리클 시장이 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일찌감치 EUV 펠리클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보다 EUV 노광장비를 많이 확보, 공정 속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TSMC가 약 90~100대, 삼성전자가 40~50대 수준으로 EUV 노광장비를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