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 안방서 OLED DDI 개발

국가핵심기술 통제 우회 접근
"파격 조건 엔지니어 흡수 우려"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DDI 팹리스 A사.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DDI 팹리스 A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빌딩. 1층에 고깃집과 일식당 등 일반 상가와 달라 보이지 않는 이곳에는 생소한 반도체 회사가 있다. 출입문에는 '선전시 ○○○○'이란 중국 사명과 'YChip ○○○○' 영문명이 한글 이름 위에 적혀 있었다.

취재 결과 이 중국계 회사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개발하고 있었다. 매그나칩 출신 인사가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DDI를 만드는 회사로, OLED 1위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사다. 매그나칩은 2021년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이 추진되자 기술 유출 논란이 일었다. DDI가 OLED의 핵심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中, 韓 안방서 OLED DDI 개발

중국이 한국에서 직접 반도체 기술 습득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 회사를 세우고, 한국 엔지니어를 고용했다. 우수 인력을 뽑아 본국에 데려가는 것은 이제 과거 얘기다. 한국을 연구개발(R&D) 기지로 활용한다.

판교, 정자 등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만 중국계 반도체 회사가 적어도 3개사였다. 앞의 '선전시'가 적힌 A사와 B, C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사는 지난해 1월 설립됐다. 국내 팹리스 업체 출신 D씨와 매그나칩 출신 E씨가 등기이사로 올라 있다. D씨는 대표, E씨는 연구소장을 각각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은 26명. A사 본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회사 사명에 언급된 선전시에는 중국의 유명 디스플레이 업체 CSOT가 있다.

판교에는 중국 ESWIN의 한국 법인 B사가 있다. ESWIN은 BOE를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키운 왕둥성 회장이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ESWIN은 2017년 국내 DDI 업체 와이드칩스를 인수했다. 이때부터 한국에서 R&D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B사에는 매그나칩 출신 F씨가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또다른 팹리스 C사.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또다른 팹리스 C사.

C사는 중국 최대 DDI 업체의 한국 법인이다. 현재 직원 수는 27명으로, 최근 1년 사이 인원이 약 5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 진출한 지는 오래됐지만 최근 DDI R&D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자동 사무실은 늦은 저녁 시간에도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들 회사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 즉 DDI에 집중된 것이다. DDI는 한국이 세계 1위다. 특히 OLED용 DDI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한국의 첨단 OLED DDI 기술을 경험 있는 국내 연구자들을 통해 확보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OLED DDI는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매그나칩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자 제동을 걸었다. OLED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 핵심이고, OLED 구동에 필요한 DDI도 필수적인 만큼 국가적으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에 2021년 7월 법을 개정,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장 투자 등 국외로 나갈 때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중국 기업은 한국에 진출, OLED DDI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정부가 걸어 놓은 빗장이 무색하게 한국에서 직접 기술을 개발, 확보하려는 것이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국내 진출은 우리나라 OLED DDI 기술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파격 조건으로 엔지니어들을 흡수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