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사업부를 분사한다. 매그나칩은 DDI와 전력 반도체 사업이 두 축인 회사로, DDI를 떼어내 자회사로 독립시킨다. 매그나칩은 하이닉스 비메모리 부문이 분사해 만들어진 국내 주요 시스템 반도체 회사다. 매그나칩 사업 구조와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가 추진된다.
매그나칩은 최근 이사회에서 디스플레이(DDI) 사업부와 전력 반도체 사업부를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력 반도체를 모회사인 매그나칩이 그대로 영위하고 DDI는 매그나칩 100% 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물적 분할과 유사한 현물 출자 형태로 신규 자회사를 신설한다.
DDI 사업 분사 시점은 올해 4분기다. 현재 전사자원관리(ERP) 등 시스템 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DDI를 담당할 신설법인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설 법인 대표는 김영준 현 매그나칩 대표가 겸임할 예정이다.
매그나칩은 DDI 분사 추진 이유로 성격이 다른 두 사업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DDI는 반도체 설계인 팹리스 영역이고 전력 반도체는 제조가 핵심인 만큼 사업 목적과 성격이 달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DDI 시장 악화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DDI와 성장 궤도에 오른 전력 반도체가 한 회사로 묶여있을 경우 주주가치를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그나칩의 DDI와 전력 반도체 매출 비중은 5대5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대7로 DDI 비중이 크게 줄고 있다.
매그나칩은 투자 유치 관점에서도 분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목적과 성격이 다른 두 회사를 분리해야 사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DDI 경우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전력 반도체는 자동차 시장에서 투자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분리가 필요하고, 향후 인수합병이나 합작사 설립, 파트너십 등 성장 전략을 구축할 때도 각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분사 추진으로 매그나칩은 새로운 성장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반도체는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 만큼 전기차 등 자동차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매그나칩은 서버와 산업용 전력 반도체까지 공략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DDI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고객사를 둘러싼 공급망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신규 고객사 확보와 신시장 창출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매그나칩은 그동안 삼성과 거래 비중이 높았는데, 중국 등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전력 반도체는 실적이 계속 나아지고 있고 시장도 성장 중이고 DDI는 시장이 바닥을 치고 회복 전환 추세를 보여 흑자 전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별도 법인이 설립되면 사업 투명성과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투자자가 각 사업 재무 성과와 기여도를 더 잘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