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2023년 상반기를 다 날린 것이나 다름없네요.”
KT 전·현직 임원들의 푸념이자 걱정이다. 약 3개월간 진행된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가 3월 7일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차례나 CEO 선임절차를 번복한 끝에 세 번째 경선 절차를 치르고 있다. KT 이사회는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Mass 총괄(사장) 4명 CEO 후보를 압축했다.
누가 CEO가 되더라도 인사·조직개편은 빨라야 3월 말~4월 초, 늦으면 하반기 초반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이다. KT는 챗GPT 열풍과 디지털전환, 정부의 강력한 통신 독과점 규제 압박에 대응할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주가가 KT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보여준다. KT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마디로 '불확실성'이다.
현재 상황에서 KT 불확실성을 야기한 내부 책임은 이사회에 있다. KT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정권의 눈길이 집중된 상황에서 투명하지 못한 절차를 밟았고 특히 언론·시장과 소통이 부족했다. 조직을 혼란으로 몰고 간 것은 분명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이사회는 혼선 끝에 세 번째 경선에서는 투명성과 객관성을 가치로 절차를 공개하기로 했다.
KT 불확실성을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키고 있는 요소는 '외풍'이다. KT 이사회가 예선통과자 명단을 발표하자,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실까지 나서 '이권 카르텔' 위주로 짜여 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에 대한 정치권력의 견제는 정당하다. 하지만 민간기업 이사회가 CEO를 선정하기도 전에 후보와 선임 절차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나갔다. KT가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통신기업이라 하더라도 근본은 정부 지분이 단 1%도 없는 민간 기업이다. 정치권의 너무 센 발언 수위는 민간에 대한 부당한 개입으로 느낄 요소가 충분하다.
KT의 본질을 보자.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제를 받는 공익성이 큰 민간 기간통신사업자다. 정치권은 CEO가 다소 아쉬운 인물이 되더라도 법률적인 하자가 없다면 그를 인정했으면 한다. 법률과 정책으로 KT를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는 충분하다. 새로운 CEO가 공익과 사회를 위해 기여하지 못한다면, 그를 국회에 불러세울 수 있고, 해임까지도 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정부 여당이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현재 후보자들과 경쟁하도록 하자.
KT의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신임 KT CEO는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의 30미터 뒤에서 출발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통신 독과점 해소를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 KT가 무너진다면 제4 이동통신사를 도입하기 전에 현존하는 통신시장 경쟁의 중요한 축이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다.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을 뒷받침할 인프라도 위협받게 된다. 이제라도 KT를 놔줘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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