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하이브-카카오 간 SM엔터 인수전이 경영권과 플랫폼을 주고받는 것으로 합의된 가운데, K-팝 팬들과 엔터업계 시선은 이들 간 구체적인 협력 방향에 쏠리고 있다.
소위 네이버-하이브-YG vs 카카오-SM 등 콘텐츠 업계 대리전 양상을 펼치던 이들은 팬 플랫폼부터 음악, 영상, 웹툰,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접점이 많다. 또 최근 폭넓게 쓰이는 단어 '플랫폼'을 거론한 만큼 협력 범위 또한 여러 갈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엔터테인&에서는 SM 인수전 합의에 따른 하이브-카카오-SM 등 협력 방향성을 살펴본다.
◇카카오, IP 밸류체인-메타버스 방향성 기대
우선 카카오는 SM 경영권 확보와 동시에 산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7개 매니지먼트, 4개 음악 레이블을 발판으로 한 아이유·아이브·더보이즈·스테이씨·몬스타엑스 등 기존 IP와 에스파·NCT·샤이니·엑소·레드벨벳·슈퍼주니어·동방신기·보아 등 SM IP를 지닌 거대 엔터 조직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브와 협력점은 IP 밸류체인과 메타버스로 볼 수 있다.
우선 카카오는 국내 음악배급 유통 기반은 물론 영상제작 능력과 일본·미주·유럽 등 최상위를 자랑하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등 콘텐츠 유통채널을 갖고 있다.
이는 기존 웹툰·영화·드라마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K-팝에도 그대로 접목될 수 있다. 하이브가 주창하던 2차 아티스트 IP 활용과도 충분한 접점이 있다. 네이버 웹툰으로 공개 중인 방탄소년단 테마 'CHAKHO: 7FATE' 등 콘텐츠들을 카카오에서도 유통할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네이버-카카오 사이 이해관계 정리가 필요하지만 밸류체인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도 매력을 지닐 수 있다. 최근 마무리된 '소녀 리버스'나 넷마블-카카오 협력 메타버스 엔터가 만든 '메이브' 등 매력적인 버추얼 콘텐츠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카카오를 발판으로 하이브가 염두에 뒀던 타이나탄을 비롯한 캐릭터 스핀오프나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포트나이트, PUBG, 더 샌드박스 등으로 형성해온 메타버스 콘텐츠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
◇하이브, 플랫폼 비즈니스 코어 기대
하이브는 출범 당시 '엔터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라는 슬로건에서 보듯 방탄소년단·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뉴진스·르세라핌 등 글로벌 IP와 이들을 발판으로 한 비즈니스 플랫폼이 핵심이다.
카카오와 협력 폭은 솔루션 측면과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비롯될 수 있다. 우선 솔루션 측면으로 하이브가 새 먹거리로 바라본 NFT, 메타버스, 게임 등으로 접근이다. 기존 수퍼브를 재정립한 기틀에 두나무(NFT)-네이버제트(메타버스)-자이언트스텝(VFX)-수퍼톤(AI사운드) 등 IT 협력을 더한 하이브 IM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규 콘텐츠를 생산해온 하이브가 카카오의 AI 및 버추얼 구현기술을 접목하면서 타이니탄이나 인더섬 with BTS와 같은 엔터 콘텐츠, Learn Korean With BTS와 같은 교육콘텐츠 등 다방면의 IP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상호 고도화시킬 수 있다.
또 비즈니스 측면으로 '위버스' 플랫폼과 연동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위버스는 K-팝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팬 커뮤니티 기능과 스케줄러 등은 물론 스트리밍 플랫폼 키스위의 기술을 더한 위버스 콘서트, 공연 티켓·앨범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위버스샵, 네이버 V라이브를 양수받은 '위버스라이브' 등이 하나로 연동·통합돼있다. 이는 K-팝 핵심인 소통은 물론 글로벌 팬라이프 스타일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최근 삼성페이-카카오페이 경우와 마찬가지로 카카오-SM 연합 산하의 디어유가 운영하는 프라이빗 메신저 격의 '버블'과 상호 팬 플랫폼 연동을 통해 SMTOWN 공식앱, SMTOWN AR, 팬 커뮤니티 격인 광야클럽(KWANGYA CLUB), METAPASSPORT, 팬 커머스 플랫폼 &STORE, 온라인 공연플랫폼 Beyond Live(비욘드 라이브) 등으로 흩어진 SM 플랫폼들을 통합하는 형태를 모색해볼 수 있다.
여기에 하이브가 지난해 4월 방탄소년단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Permission To Dance를 시작으로 세웠던 공연·쇼핑·엔터·식음료·숙박 결합의 'THE CITY' 프로젝트 등 현실 IP 비즈니스 또한 협력 여지가 있다.
◇SM, 콘텐츠 센터화 통한 'K팝 IP 명가' 공고화
SM엔터테인먼트는 SM3.0이라는 비전과 함께 30년 가까이 K-팝을 대표해온 엔터기업으로서 명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하이브-카카오 간 합의는 이러한 명성을 쌓을 수 있는 플랫폼 토대가 될 수 있다.
SM의 강점은 그동안 누적된 IP만큼이나 유력한 K-팝 육성 노하우다. 플랫폼 투자에 대한 부담완화는 경영조직과 함께 이수만 1인 체제였던 프로듀싱 구조를 5개 아티스트 센터와 1개 버추얼 센터로 재편하는 SM 3.0 핵심 분야 재구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비축한 투자 여력을 발판으로 일본·미주·동남아 등 세 지역의 현지 제작센터 설립과 IP 제작, SM 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 등이 담당한 MD 유통, 공연기획 등 SM 강점을 최대한 살린 콘텐츠 비즈니스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
SM C&C(29.56%), 키이스트(28.38%) 등 영상콘텐츠 제작 기반을 재편 또는 여러모로 활용할 여지를 남기면서 K-팝은 물론 K-컬처 전반 아우르는 스튜디오 역할에 주력할 수 있다.
이는 곧 하이브-카카오 협의에 따른 비즈니스, 밸류체인 플랫폼 시너지와 함께 '콘텐츠 기업' SM 본연의 소프트파워 영향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하이브-카카오 간 SM 인수전 합의는 K-컬처 부문의 전문 분화와 상호 시너지로 분화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카카오 측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는 SM의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최근 자료를 통해 “최근 카카오와 대승적인 합의를 통해 SM 경영권 인수 절차를 중단함과 동시에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입장문으로 “이번 합의를 계기로 SM 3.0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팬·주주 중심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이라는 비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