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20년 동안 300조원을 투입,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첨단 반도체 공장(팹)을 5개 구축하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하고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과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단일 단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를 경기도에 조성하는 것이다.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역량을 기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미국·중국뿐만 아니라 대만·일본·유럽 등 각국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에서 시작된 경제 전쟁터가 배터리·미래차 등 첨단산업 전체로 확산되고 있고, 각국은 첨단산업 제조시설을 자국 내에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서 이미 세계 수준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더 성장하기 위한 민간의 투자를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기도 용인을 첨단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로 낙점했다. 용인은 이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고, 평택과 화성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 거점과도 인접해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총 6개 팹까지 확장할 수 있는 평택 부지 외에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만큼 용인에 신규 팹을 대거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존 생산단지뿐만 아니라 인근 소부장 기업 및 성남 판교에 주로 포진한 팹리스 기업과 연계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수 인력 확보 차원에서도 경기도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새로 조성될 클러스터에서는 시스템 반도체를 집중 육성한다. 기존 메모리 비중이 높은 우리 반도체 산업을 보완,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큰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다. 클러스터 내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 150개를 유치, 전후방 산업 생태계도 견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첨단 패키징 분야도 집중 육성한다. 24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와 3600억원의 정부 지원으로 생산·연구 거점을 클러스터 내에 둘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반도체 외 미래차, 우주, 원전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15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속도”라면서 “오늘 발표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