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등장하는 신사업은 리스크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금융혁신 아이콘이라 불리는 핀테크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44시간 만에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인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 장기보유 채권가격의 하락이었다. 한편에선 SVB의 파산이 금융위기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음의 금융위기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유력한 벤처투자가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의 말이다. 이 어구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하나는 실리콘밸리에 포진한 핀테크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 것이란 점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의 이면에는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핀테크가 직면한 리스크는 무엇인가. 핀테크는 예측 불가능한 부정적 충격에 취약하다. 재무 적자인 상황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핀테크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핀테크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캐피털과 같은 외부 자본에 의존한다. 그나마 기술력과 수익성을 인정받은 핀테크만이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 특히 국내는 투자를 받은 핀테크가 해외 사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스케일업 등 사업 모델을 확장하려는 핀테크의 성장 속도는 늦을 수밖에 없다. 최근 스타트업에 저리로 대출해 주면서 신주인수권을 받는 벤처대출(실리콘밸리식 투자조건부 융자)제도가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인플레이션과 경제 상황 악화로 투자 빙하기를 맞고 있는 핀테크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두 번째 리스크는 관리의 어려움이다. 핀테크 사업모델은 다양한 알고리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리스크 민감도 평가가 쉽지 않다. 한 예로 금융데이터를 매개로 하는 핀테크는 보안 리스크가 항상 도사린다. 핀테크 자체적으로 철저한 의식 아래 관리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금융 감독 대상에서 벗어난 영역의 존재다. 일부 핀테크가 자금세탁 거래를 하거나 금융사기를 시도하더라도 일일이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2년 전 머지포인트 사태를 기억해 보자. 고객은 20% 할인된 금액으로 머지포인트를 구입한 후 개별 가맹점에서 결제대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고객에게는 20% 할인이란 혜택이 주어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용자 모집을 위해 뚜렷한 수익모델 없이 적자를 숨긴 예고된 사기였다. 충전금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했기 때문에 소비자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일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전자지급 거래와 관련해 소비자로부터 받은 금전을 예탁기관에 예치한다는 내용이다. 다른 현안 때문에 이해관계 조정이 길어지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조속히 개정되길 바란다.
세 번째 리스크는 핀테크에 대한 체계화된 법제도 미흡이다. 핀테크는 업무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참여자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동일기능, 동일위험, 동일규제'의 원칙이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대립한다. 전자금융거래 관련 및 온라인플랫폼에서의 보험상품 비교 등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정책당국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핀테크에 책임을 강화하거나 특정 금융행위에 대해 라이선스를 부여해 왔다. 다만 핀테크만의 특성을 살리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특화된 법·제도도 고려해 주길 바란다.
핀테크지원센터에 의하면 국내 핀테크는 600개에 달한다고 한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핀테크는 소비자의 금융생활에 뗄수 없게 되었다. 규제 환경 개선 등 정책 당국의 노력도 간과할 수 부분이다.
핀테크는 양날의 검처럼 리스크도 상당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핀테크의 자구책도 요구되지만 제도적인 뒷바침도 필요하다. 핀테크의 밝은 미래는 건전한 금융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란 측면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기대한다.
송민택 동국대 겸임교수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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