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 사퇴를 공식화했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의 기대수준을 뛰어넘는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했다. 차기 대표 이사 선출을 비롯한 이사회 재편 등 지배구조 개선 시나리오가 거론되면서 후폭풍에 관심이 쏠린다.
KT는 27일 윤 사장이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KT는 오는 31일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의거해 윤 후보자 대표선임을 비롯 윤 후보자가 추천한 송경민 KT SAT 사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등 사내이사 후보 선임 안건까지 폐기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31일 주총에서는 강충구·표현명·여은정 사외이사 연임안건과 결산을 다루는 형태로 축소해 진행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윤 사장은 사퇴 일성으로 “주요 이해관계자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T 지배구조를 둘러싼 진퇴양난이 지속된다. KT 이사회는 세번째 CEO 선임절차에 실패했다. 현 이사회 구성원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도 어렵고, 이사진이 전원 물러난다해도 새로운 대표이사를 뽑기 전까지 법적절차와 이사회 인적구성 문제, 새 지배구조 확립까지 기간 등이 문제가 된다.
KT 안팎에서는 향후 KT 지배구조 혼선을 수습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다. KT노동조합은 이사진 총사퇴 후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반면에 KT새노조는 이사회마저 정치권 전리품이 돼선 안된다며 현 이사회가 다시 대표이사를 선출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주주 역할론'이 제기됐다. 한 대학교수는 “현 이사회가 신뢰를 심각하게 상실한 만큼 현재 이사회가 다시 대표이사를 선출하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소액주주 등 지분대로 주요주주 추천을 받아 이사회를 재구성하면 민·관이 적정수로 배분돼 관치 논란을 최소화한 채 새로운 지배구조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자문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KT 전직 임원 출신 한 인사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우선은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이 시급하다”며 “정관에는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를 추천하며 인선자문단을 활용 가능한데, 사회적 의견과 전문가 위주로 자문단을 전면 재구성하고, 이사회는 자문단이 추천한 인사를 자동으로 차기 대표 후보로 선임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사회는 대표이사 선임 이후에는 비상적인 경영을 관리할 최소 인원만 남기고 물러나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KT 전직 임원은 “현재 이사회가 밀실 논란에 휩쌓인 이후 지나치게 공모에만 신경쓰느라 제대로 된 인재를 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차기 CEO 선임 절차에서는 공모와 헤드헌터 추천 등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KT는 공식입장을 통해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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