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이사 직무대행체제·이사 구성원 1명이라는 역대 최대 경영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연간 약 3조5000억원대 계열사 투자와 국가적인 통신망 안정을 위해서라도 KT 경영 정상화를 최대한 앞당기는 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계의 과제로 부상했다.
박종욱 KT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지난달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차기 대표 선임까지 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T는 박 대표 대행과 김용헌 이사 1명만 남은 상태에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한다. 연임에 도전했던 강충구·표현명·여은정 이사는 주총 직전 사퇴서를 제출했고 상법에 의거해 차기 이사가 선임되기 직전까지만 임시로 직무를 수행한다.
비상경영위원회는 경영정상화까지 5개월을 제시했다. 타임라인은 △지배구조 개선안 수립 1개월 △차기이사 선임 2개월 △차기 CEO 선임 2개월로 정리된다.
KT는 당장 이번 주부터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구성한다. 주주추천 등을 통해 외부전문가, 전문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우수사례를 점검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1개월 후까지 마련한다. KT는 개선안을 바탕으로 신규 이사 추천 및 선임에 1개월, 임시주총 공고후 승인에 2~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신규 이사진이 새 최고경영자(CEO) 공모·추천을 진행하는데 1개월, 임시주총 공고 및 승인에 2~3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 이르면 9월부터 새 CEO가 선임되도록 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KT 내외부 주요 관계자에 따르면 KT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서 이 같은 절차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 주주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상황에서 개선안을 마련하느라 1개월을 소요할 게 아니라, 주요주주 추천으로 새 이사진을 선임하는 게 우선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주주 추천으로 이사진을 구성할 경우, 이사 추천 기간도 KT가 예상한 1개월에서 2~3주 내외로 단축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과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등 주주 역할론도 제기된다.
임시주총 공시기간도 단축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상법상 임시 주총까지 안건 공시 기간은 2주인데, KT는 해외주주 등을 고려해 관행적으로 3주 이전에 공시해왔다. 하지만 회사가 역대급 비상상황에 처한 것을 고려하면 공시기간 단축을 충분히 설득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 추천 기간 역시 KT가 제시한 1개월이 역대 KT CEO 추천 기간 또는 다른 소유분산 지배구조기업에 비해 짧은 수준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미 KT의 위기 상황이 대내외에 잘 알려져 있고, 기존 공모절차를 진행했던 만큼 기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KT 전직임원은 “CEO 추천과정에서도 공모뿐만 아니라, 숨은 실력자를 찾을 수 있도록 외부 전문기관(헤드헌터) 추천을 적극 활용하고 원하는 응모자에 대해서는 비밀도 보장해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경영정상화 기간을 단축하되, 차기 CEO의 뜻에 따라 비상상황에서 구성된 이사회와 경영진이 재신임을 받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직대 체제…이사 1인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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