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네트워크 장비·구축 분야 협력사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통상 1~2월에 나오던 KT 투자계획이 지연되면서 다수 협력사가 연간 사업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으며,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KT 비상경영위원회는 앞으로 5개월 이내에 새 거버넌스를 완성하겠다고 했지만 새로운 CEO 선임 절차를 서둘러서 경영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대내외 목소리가 높다.
30일 KT 네트워크 장비·구축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KT의 1분기 투자는 사실상 동결됐다. 예년과 달리 아직 연간 투자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통상 KT는 상생경영 차원에서 1분기 전반적인 투자 밑그림을 협력사에 제시해 왔지만 올해는 올스톱 상태다. 중소 네트워크장비기업 A사 임원은 “KT가 보통 1~2월에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연간 투자 방향을 설명했는데 현재 전혀 없는 상태”라면서 “1분기에는 기존 계약물량만 공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비상경영 체제 이후 투자계획이 나온다 하더라도 KT 투자 규모 축소를 기정사실화하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B사 대표는 “통신사가 28㎓ 투자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5세대(5G) 이동통신도 4년 차에 접어들며 투자 물량을 15% 이상 줄였다”면서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KT 물량에만 의존하기보다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위기는 구축·공사 업체로도 전이되고 있다. 네트워크 구축업계 관계자는 “통상 KT는 3월 지역별 간담회를 진행하고 신규 물량이 나오는데 올해에는 4월 중순 이후에야 가능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1분기 동안 유지·보수 외에 신규 구축이 없어서 운영경비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구축 기업은 이통 3사 가운데 1개사와 거래하는 사례가 다수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장비 기업은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구축 업체의 경우 KT 투자계획 수립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다수 협력사와 전문가들은 KT가 비상경영 기간을 늘릴 게 아니라 경영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T는 비상경영위를 '성장지속 태스크포스(TF)'와 '뉴 거버넌스구축TF'로 구성하고 새 사외이사·CEO 선임 완료까지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비상경영 체제 구축 자체는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하지만 새 CEO 선임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는 게 KT 외부 시각이다.
전직 KT 핵심 인사는 “KT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거버넌스 체제임은 다수 평가기관을 통해 입증되고 있지만 결국 운영하는 사람이 위기를 불러온 것”이라면서 “주주 추천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서 새 CEO를 뽑고, 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으로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KT가 31일 주총에서 강충구·표현명·여은정 이사가 주주 동의를 얻지 못하면 김용헌 이사 1명만 남게 돼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대학교수는 “상법(제386조)에 명시된 현직이사의 결원 발생 시 기존 이사의 권리연장 의무 조항을 이용하거나 법원 명령으로 신속하게 새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다”면서 “이사진을 1~2주 이내에 신속하게 구성하고 주총 공고 기간을 2주로 활용하며 CEO 선임 절차를 2~4주로 잡으면 2개월 정도로 새 CEO 선임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CEO 공백에…협력사 위기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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